정가 '세풍 후속탄'에 또 홍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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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또한번 세풍 (稅風) 으로 어수선하다.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측근들이 서상목 (徐相穆)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불법 모금한 돈 중 일부를 친인척 계좌 등에 은닉해 왔다는 보도가 나온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내용과 다르다' 고 부인했지만 한나라당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를 여권의 의도적인 '이회창 죽이기' 로 보고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반면 국민회의.자민련 등 여권은 이를 '도덕적 파탄행위' 로 규정하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실체없는 설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감정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사실관계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실명이 거론된 해당의원들도 "자금 은닉이나 유용을 한 일이 없다" 고 밝혔다.

"당에서 받은 수표를 지인들을 통해 쓰기 편한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수표가 친인척 계좌에 남아있을 수는 있어도 은닉한 적은 없다" (辛卿植총장) "단돈 1원도 은닉한 사실이 없다" (河舜鳳실장) 는 식이다.

한나라당은 李총재와 측근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李총재와 주변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하는 동시에 李총재 주변과 비주류들을 이간시켜 정계개편으로 연결시키려는 여권의 '불순한' 의도가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또 검찰의 태도에 대해 "검찰이 아닌 권력핵심부에 의한 치고빠지기식 음해공작" 이라고 규정했다.

한나라당은 최초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으로 '누설자' 를 추적하겠다는 태세다. 지방에서 휴가 중인 李총재는 "너무 터무니 없고 근거없는 공세" 라며 당차원의 대책마련을 지시했다.

그러나 여권의 입장은 정반대다. 국민회의 김옥두 (金玉斗) 총재비서실장은 "철저히 수사해 한점 의혹 없이 규명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자민련 이양희 (李良熙) 대변인도 "나라의 기강을 문란케 한 사건으로 묵과할 수 없다" 고 보도내용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래저래 정치권은 첨예한 여야대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파장은 2일부터 시작되는 제206회 임시국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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