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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신문 1931-35]미국 13년만에 금주법 폐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1933년 12월 워싱턴] '술없는 사회' 가 마침내 종말을 고했다.

미 연방 상원은 이날 미국 내에서 알콜이 들어간 음료의 제조.판매.운반.수출입을 일절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 18조, 이른바 '금주법' 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수정헌법 21조를 통과시켰다.

1917년 상원을 통과해 각주의 승인을 얻은 끝에 1920년 1월부터 발효된 금주법은 술의 해악으로부터 미국을 구한다는 본래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숱한 해악을 낳아 악법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밀주점이 양산됐으며 이를 무대로 알 카포네 등 갱조직들이 각지에서 세력다툼을 벌여 대낮에 톰슨 기관총을 난사하는 치안부재의 상황을 빚었다.

청교도적인 삶을 갈구하는 금주운동 세력과 1차대전 당시의 식량절약운동, 맥주양조를 주업으로 삼던 독일계 이민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해 탄생한 금주법은 인간의 욕망을 법과 제도로서 규제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채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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