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한 해 3000명 이상 들어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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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선박을 이용한 북한 주민 11명의 집단 귀순이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발성에 그칠 수 있는 데다 최근 남북관계의 악화 요인이 대부분 제거된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지난 8월 이후 북측이 대남관계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든다.

통일부 당국자는 1일 “연간 3000명 이상의 탈북자가 국내에 입국하는 상황에서 배를 타고 왔다는 점 외에 큰 특이점이 없는 귀순 사건이 남북관계에 문제가 될 것으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귀순 의사를 분명히 확인한 뒤 귀순 요청을 받아들이는 등 최대한 조용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귀순이 선박을 이용한 해상 탈북 러시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내놓는다. 최근 식량 부족 등 경제난으로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거주 주민들의 체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4월부터 ‘150일 전투’를 비롯한 노력 증대 운동이 이어져 피로도가 극에 달한 것도 정황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특성상 ‘보트 피플’과 같은 해상탈출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1987년2월 김만철씨 일가 11명이 50t급 배를 타고 제3국을 거쳐 귀순했을 때만 해도 선박을 이용한 탈북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관측됐지만 실제 현실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제3국 탈출이 용이한 북·중 국경지대와 달리 군사분계선 인근 해안 지역은 귀순이 어렵다” 고 말했다.

배를 이용한 탈북 사례가 드문 것은 북한이 주민·선박의 이동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이 이뤄지면 남은 가족 등에 대해 무자비한 보복이 가해진다. 한 탈북자는 “떠들썩한 선박 탈북 사건이 벌어져도 외부 소식을 제대로 접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이 영향을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에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은 합동신문이 끝나면 경기도 안성에 있는 통일부 산하 탈북자 정착시설인 하나원에서 3개월에 걸친 적응 교육을 받는다. 이들에게는 임대아파트를 구할 수 있는 주거지원금 1300만원과 정착지원금 600만원(1인 세대 기준)이 주어지는데 가족 단위일 경우 지급액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엇갈린 주장도=배가 발견된 주문진항 현지의 주민들은 해안에서 접근하는 북측 선박을 주민들이 처음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고 하는등 군 당국과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주민 김모씨는 “북한 배가 여기까지 내려오는데 아무 제지 없이 왔다는게 이상하다. 만약 간첩선이었으면 어떻게 했겠느냐”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주문진=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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