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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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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다음달 21일로 예정된 유엔 총회 연설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공식 표명할 예정이라고 24일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유엔 창설 6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안보리 개편 등 유엔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낮 "기존 5개국과는 다른 상임이사국이 들어가도 좋은 것 아니냐"며 "(새 이사국이 되려는) 일본의 입장을 밝히려 한다"고 말했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현행 헌법의 범위 안에서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게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 밖에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일본과 독일을 적국으로 규정한 1945년 유엔 창설 당시의 옛 적국 조항 삭제와 일본이 20%가량 부담하고 있는 유엔 분담금의 적정한 감소도 함께 요구할 방침이다.


◇ 안보리 개편론=냉전 종식과 걸프전을 계기로 유엔의 역할이 커진 1990년대 이후 안보리 개편론이 대두했다. 51개로 출발한 회원국이 191개국으로 늘어난 가운데 거부권을 가진 5대 강국의 과점(寡占)체제에 불만을 품은 일본.독일 등 경제 대국과 지역 강국.개도국들이 제기했다. 핵심은 일본.독일과 아프리카.아시아.남미의 지역별 대표를 추가해 상임이사국을 10개국으로 늘리자는 것. 아시아.남미 대표는 인도와 브라질로 논의가 좁혀졌고 아프리카 대표국으로는 이집트 또는 나이지리아가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1994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외상이 유엔 총회에서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를 처음 밝힌 이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모리 요시로(森喜朗) 등 역대 총리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확대론을 주장해 왔다. 외무성은 6월 "새로운 상임이사국은 선거를 통해 공정하게 선출돼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전략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완성했다. 또 올 초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도쿄(東京)로 초청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 전망=안보리 개편을 지지하는 코피 아난 총장은 내년에 논의를 본격화한 다음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06년까지는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전직 외교관.학자 등 16명으로 자문회의를 구성한 뒤 12월까지 구체적인 개편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완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먼저 거부권을 갖지 않는 준상임이사국을 7, 8개국 추가하고 15년 후에 안보리 구성을 재검토한다"는 안을 자문회의가 검토 중이라고 요미우리 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안보리 개편을 위해서는 회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유엔 헌장이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둘러싸고 나라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려 실행에 이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영국.프랑스는 일본과 독일의 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몇 차례 표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뚜렷한 입장을 표시하지는 않았지만 안보리 확대에 반대할 게 분명하다. 특히 중국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극구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근 정부 관리들이 무력 행사를 금지한 일본의 헌법 개정을 전제로 안보리 진출을 지지한다고 잇따라 발언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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