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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구미공장 파업…화섬 구조조정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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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코오롱 구미공장의 노조 파업이 두 달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노사 간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첨단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려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회사 측의 입장과 '고용보장 등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는 노조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 코오롱 구미공장 노조원이 17일 회사 측이 붙인 직장폐쇄 공고를 읽고 있다. [연합]

사측은 노조 파업이 계속되자 18일 구미공장의 부분 직장폐쇄를 감행한 데 이어 19일에는 노조원 60명을 고소하고 경찰에 시설물 보호요청을 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며 매일 집회를 하는 한편 17일에는 노조원 140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화섬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이 노조와의 갈등을 딛고 화섬 생산 부문을 줄일 수 있을지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며 "코오롱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가 국내 화섬업계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팽팽한 노사 대립=24일 현재 63일째를 맞은 코오롱 구미공장의 파업은 올해 초 회사 측이 적자를 이유로 구미공장의 설비 축소를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 사측은 낡은 폴리에스테르 범용원사 생산라인을 철수하고 스펀덱스.전자소재 등 신소재로 사업부문을 구조조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노조원 1400여명은 이런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유휴인력 205명의 재배치 문제를 우선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50여일간 힘을 겨루다가 지난 16일 열린 19차 노사협상에서 양측은 임금 동결과 스판덱스.자동차 소재 부문 신규 투자, 주 40시간 근무제 실시로 인한 임금손실 55% 보상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하지만 '파업기간 중 임금'의 지급 문제를 놓고 노사가 이견을 보여 협상이 결렬됐다.

코오롱 관계자는 "구미공장의 경우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며 "이번에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우리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화섬업계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고용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우리도 파업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코오롱 구미공장은 회사 전체 매출의 45%(5500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해 683억원의 적자를 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4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 측은 파업 동안 6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위기의 화학섬유 업계=국내 화섬업계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데다 고유가 등 악재가 겹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화섬협회에 따르면 국내 화섬수요는 2000년 139만8000t에서 올해 101만t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중국의 화섬 생산량은 2000년 694만2000t에서 올해 1374만t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도 껑충 뛰어 지난해 6월에 비해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에틸렌글리콜(EG)의 가격은 58.2%,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은 59.3% 인상됐다. 경영난으로 올 상반기 금강화섬과 대한화섬 등이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거나 조업을 단축했다.

이원호 화섬협회 회장은 코오롱 파업 등 화섬업계 위기와 관련,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고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화섬업계 노조관계자는 "경영진이 처음부터 무리한 구조조정안을 내놓은 것이 잘못"이라며 "파업기간 동안의 최소 생계비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섬유산업연합회도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코오롱 사태 및 섬유산업 혁신 방향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화섬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13개 화섬협회 회원사 중 7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협회 관계자는 "화섬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계속되는 외부 악재 때문에 경영 여건은 갈수록 나빠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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