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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아트프로그램 장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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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도권인 경기도 양주시의 문예회관. 객석 1000석의 이 중형 공간은 지난 3년간 이렇다할 무대를 꾸민 적이 거의 없다.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한해 예산 7억원 중 6억원이 인건비.경상비이고, 핵심인 기획비는 1억원에도 못 미친다. 인천시의 계양문화회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연 예산 6억원 중 기획사업비는 9000만원. 기획공연 20회에 유료공연은 한차례였고, 한 해 입장료 수입액은 120만원이 전부였다.

재정자립은 고사하고 건물만 휑뎅그렁한 형편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시행정용으로 마구 들어선 전국의 121개 문예회관들의 구조적 맹점으로 지목돼왔다. 이들이 당면한 전문인력과 예산 부족 현상을 씻어줄 '단비'가 내린다. 그것도 천수답이 아닌 체계적 공급의 방식이다. 전국의 문예회관이 양질의 예술상품을 국고지원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채널이 처음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27~28일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에서 열리는 'APM 2004'(아트프로그램마켓 2004)가 그것이다. 이 공간은 (사)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가 주관하는 국내 첫 프로그램 장터. 문예회관들은 국고 지원으로 받은 회관별 3200만원의 'APM 상품권'을 들고 이 장터에 출품된 96개 상품 중 일부를 고를 수 있다. 전체 175건의 응모에서 걸러낸 문화상품에는 검증을 거친 프로그램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이를테면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가 개발한 '장애아동 어머니를 위한 연극교육'이 문예회관들의 눈길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장애아동을 둔 어머니와 가정의 모습을 연극놀이화해 궁극적으로는 예술치유까지 모색해보는 상품이다. 춤패 '웃는 돌'이 출품한 '춤 명상 워크숍'도 흥미롭다. 전문가를 위한 무용이 아니라 춤명상을 통해 정신적 피로를 낮추고 몸을 푸는 '놀이 춤'으로 만들어졌다.

건축이나 여성영화 분야의 아트상품들도 관심이다. 신라대 예술연구소가 출품한 '건축교육 프로젝트-나는야 꼬마 건축가'는 건축체험을 통한 미술교육과 사회인식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상품이다. 왜곡된 여성 이미지를 씻는 여성영화 '이상한 영화나라 엘리스를 만나다'도 고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96개 상품들은 대부분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그점에서 일반 문화상품들과는 구별되며, 이는 우선 문화 수용능력을 길러주자는 의도 때문이다. 'APM 2004'는 문화관광부.복권위원회의 후원. 관청들은 국고 지원까지 하지만 철저하게 후견 역할만을 맡게 된다. 문화향수권 확대를 겨냥한 이 문화시장개설이 정상적으로 연례 실시될 경우 고질적인 수도권 문화집중 현상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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