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꾸로 가는 정치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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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이 얼마 전 민주산악회 재건 선언을 한 데 이어 어제는 퇴임후 첫 공식기자회견까지 갖고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우리는 전에도 그가 정치발언을 할 때 그의 정치일선 복귀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전직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정경험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필요할 때 충고와 조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로서는 이미 시험이 끝난 정치인으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직전 대통령은 현실정치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지금의 정치.경제상황은 YS대통령때 원인과 골격이 형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문제나 잘못이 있으면 자기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YS가 현정부를 격렬하게 비판하고 국가 바로 세우기 투쟁을 벌이겠느니 하며 정치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다분히 자기 모순이자 과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요즘 사람들은 DJP의 내각제 유보 및 정계 새판짜기 작업과 YS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서 '후 (後) 3金시대' 가 왔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 이 말엔 다분히 냉소적.비판적 뜻이 포함된 것 같다. 언젯적 3金인데 아직도 3金인가 하는 것이다.

3金이 이 나라 발전에 기여한 것도 크지만 폐해와 정체 (停滯) 를 가져온 것도 부인하지 못한다. 시대는 곧 새 천년대로 넘어가는데 모두 70세가 넘는 3金이 다음 시대까지 정치를 주도한다는 것은 정치시계를 거꾸로 돌리자는 것인가.

3金은 모두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당 (私黨) 으로 권력을 추구해 차례로 집권자 또는 공동집권자가 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70, 80년대 독재 청산에 기여했지만 지역주의 조장, 정당의 사당화 (私黨化).국회의 무력화 (無力化) ,끝없는 정쟁… 등 엄청난 폐해도 끼쳤고 그런 폐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3金정치를 다시 '후3金' 으로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말인가. YS는 현 정부를 비난하지만 스스로 또 한번 부산.경남 정서를 기반으로 정치공간을 확보하려는 게 아닌가.

그리고 자신에게 21세기를 보는 어떤 비전과 정책이 있다고 보는가. DJP 역시 지역주의 정치나 권위주의.사당정치를 그만둬야 할 것이다. 개헌을 할 수 없는 난국이라면서 난국 극복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권력게임이나 총선전략에만 몰두하는 인상은 버려야 옳다.

상당수 사람들이 YS 정치재개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말에는 공감을 하는 까닭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후3金시대라는 말이 3金씨에게 욕이 될지언정 칭찬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말이 더 이상 유행어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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