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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OL-MS, 통신메일 놓고 '창-방패 싸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의 정상 마이크로 소프트 (MS) 와 온라인 서비스 업계의 최강자 아메리카 온 라인 (AOL) 이 인터넷 통신의 최첨단 기술인 '인스턴트 메시지' 를 놓고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다.

MS는 지난 22일 자체 회원은 물론 AOL 가입자와도 호환이 가능한 인스턴트 메시지인 'MSN 메신저 서비스' 를 발표했다.

AOL이 인스턴트 메시지 최신 버전인 AIM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이다.

그러나 AOL은 이날 오후 MS의 메시지가 AOL 가입자에게 전달되지 못하도록 차단해 버렸다.

다음날 MS는 AOL의 차단벽을 뚫을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AOL은 몇시간 만에 MS의 프로그램을 다시 막았다.

MS측은 " (AOL의) 어떤 방어망도 뚫을 수 있다" 고 주장하는 반면 AOL측은 " (외부의) 침입을 막는 데는 자신있다" 고 맞서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두 강자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창과 방패' 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MS측은 "인스턴트 메시지도 보편화된 만큼 E메일처럼 공통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며 "그러기 위해서는 AOL이 과감하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AOL은 "거액을 들여 개발했는데 그냥 내놓으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며 "남의 시스템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 휘젓고 다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고 반박한다.

양사가 이처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는 것은 인스턴트 메시지가 가지는 엄청난 시장성 때문. AOL은 일찍이 인스턴트 메시지 개발에 전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 AOL 가입자 4천만명이 주고받는 인스턴트 메시지는 하루 4억3천만건. 여기에다 AOL이 2억3천만달러를 주고 사들인 또다른 인스턴트 메시지 프로그램 ICQ (I Seek You) 의 가입자 3천8백만명이 하루 3억2천만건의 메시지를 교환하고 있다.

AOL의 인터넷 왕국에서만 하루 7억5천만건의 통신이 오고간다는 얘기다.

인스턴트 메시지가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MS.야후 (Yahoo) 등 인터넷 사업자들이 다투어 자체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미 시장을 석권한 AOL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후발 주자들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설 땅이 없다는 것. MS는 이같은 AOL의 아성을 깨기 위해 2년 전 40개 후발업체를 끌어모아 인스턴트 메시지 표준화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것 역시 AOL의 동의 여부가 최대 변수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AOL이 당장은 시장 선점의 효과를 누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표준화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스턴트 메시지도 결국 인터넷 통신의 한가지 방편이라는 점에서 한 회사가 이를 언제까지나 독점할 수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 인스턴트 메시지란 = 인터넷상의 통신방법 중 하나. E메일은 상대방이 열어보기 전에는 전달이 안되지만 인스턴트 메시지는 보내는 즉시 상대방의 화면에 튀어나온다.

채팅이나 전화와 마찬가지로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AOL 최신 버전의 경우 통신을 원하는 사람의 목록 (buddy list) 을 지정해 놓으면 상대방이 인터넷에 접속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으며, 클릭만 하면 바로 대화를 할 수 있고 자료도 보낼 수 있다.

한마디로 인터넷상에서 E메일과 채팅.호출기.다자간 동시 통화 기능을 합쳐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다 음성과 화상 전송기술을 접목시킬 경우 기존의 통신방법을 대체하는 획기적인 통신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후는 이미 음성을 포함한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워싱턴 = 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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