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시대 지긋지긋' 이회창 총재 차별화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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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영삼 (金泳三.YS) 전대통령의 민주산악회 재건으로 열린 이른바 '후3金시대' 를 바라보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심정은 복합적이다.

뚜렷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李총재에게 후3金의 포위망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여권의 정계개편 구상을 '영남 고립화 전략' 으로 이해하고 있는 李총재에게 YS의 신당 (新黨) 구상은 한나라당 영남기반의 반쪽 (부산.경남) 이 휘청댈 수 있는 악재다.

그러나 기회일 수도 있다.

3金정치에 비우호적인 국민여론을 등에 업는 경우다.

측근들은 '3金 - 이회창' 의 대결구도로 정치판을 몰아갈 경우 오히려 반3金정치의 유일한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문제는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 어려운 숙제를 앞에 두고 있는 李총재와 측근들은 크게 두갈래로 해법을 찾고 있다.

李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25일 "비전과 사람으로 3金의 틀을 깨야 한다" 고 말했다.

여기서 '비전' 이란 3金정치와 차별화된 李총재만의 정치구상이다.

李총재가 지난 4월 한 강연에서 밝힌 '뉴 밀레니엄 리더십' 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그는 과거 정치를 "보스 중심의 정치, 권위주의적 리더십" 으로 규정했다.

그는 "군인이든, 야당 파벌 보스로서 최고 지도자에 올랐든 법을 중시하지 않고는 민주주의를 달성할 수 없다" 고 3金을 싸잡아 비난하며 법 중심의 정치를 유달리 강조했다.

앞으로 李총재의 입을 통해 구체화될 그의 제2창당과 새 정치 구상도 이러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람' 이란 李총재가 최근 밝힌 '수혈론' 과 일맥상통한다.

3金정치와 무관한 참신한 인재와 당내의 개혁인사들을 등용, 보스 중심 과거 정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것. 그러나 정작 측근들조차 李총재의 개혁 구상이 후3金의 틀을 깰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들은 그동안 양金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서 자신의 구상을 펴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李총재가 과연 YS까지 가세한 후3金의 틈을 비집고 색깔을 낼 수 있을지에 강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인사 대부분도 李총재의 홀로서기에 의문을 표시하며 입당을 꺼리고 있다" 는 한 측근의 말에서 李총재의 고민이 느껴진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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