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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결혼 1주일 새신랑 안타까운 살신성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경남 의령경찰서 수사과 정상용 (鄭相用.31) 순경은 며칠 전부터 '의사상자 (義死傷者) 예우에 관한 법률' 을 뒤져보며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18일 오후 경남 의령군 지정면 마산리 남강변에서 익사한 李재현 (23.회사원.경남 김해시 대동면 주동리) 씨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이날 두 명이 강물에 빠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鄭순경은 강변을 정신없이 뛰어다녔으나 두 명의 목숨을 구하지는 못했다.

익사한 두 명의 시신을 병원 영안실로 옮긴 후 유족들을 대상으로 사고경위를 조사하던 鄭순경은 가슴이 저려왔다.

숨진 李씨가 먼저 물에 빠진 鄭모 (8.초등1년) 군을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더욱이 李씨는 결혼한 지 1주일밖에 안되는 신혼이었다.

지난 11일 마산의 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李씨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처가식구들과 나선 첫나들이가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대장암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장인 (54)에게 강바람을 쏘여주기 위해 부인 (23).처남 (20) 등과 왔던 길이었다.

李씨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신발을 건지려다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鄭군을 보고 강물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鄭순경은 지난 19일 PC통신에 '의로운 죽음을 아시나요'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메말라가는 세상 인심 속에서 살신성인의 아름다운 죽음이 있습니다.

부디 이 의로운 죽음을 널리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鄭순경은 李씨가 작은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유가족에게 관련 법규를 복사해주고 김해시에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값있는 죽음이 묻혀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슬픔에 젖어 있는 유가족에게 작은 명예라도 안겨줄 방법은 없을까요. " 경찰관 생활 7년째인 시골 경찰서 말단 순경의 하소연이다.

의령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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