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달라진 전남 민심…달래기 나선 DJ]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22일 호남을 찾았다.

광양에서 전남도 업무보고를 받은 뒤 광주에서 하루를 묵었다.

도청소재지가 아닌 곳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다.

그것은 "도청 유치경쟁에서 진 광양의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것" 이라고 청와대 관계자가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관계자의 전언보다 정도가 심했다.

이날 이곳의 한 지방신문은 '지역민심이반 걱정할 때다' 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무안으로의 도청 이전에 반발하는 전남 동부.중부 사람들의 반발이 대단하다" 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정부가 '고향챙기기' 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그룹 가전 (家電) 공장의 부산 이전을 정치논리라고 비판했다.

삼성 가전공장이 광주로 와야한다고 주장했다.

1년만에 다시 정치적 고향을 찾은 金대통령을 맞는 분위기가 그전과 사뭇 다르다는 게 청와대 수행팀의 공통적인 얘기다.

이에 대해 수행관계자는 "지역감정 철폐를 위해 노력해온 金대통령을 서글프게 하는 것" 이라고 전했다.

그는 "부산 사람들이 이같은 모습을 보아주었으면 좋겠다" 고 기대했다.

金대통령도 그 점을 깊이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날 전남지역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金대통령은 "역 (逆) 차별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제발 그런 말을 말아달라" 고 직설적으로 주문했다.

金대통령은 "차별도, 역차별도 하지 않는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지 호남의 대통령이 아니다" 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 역차별론이 나온 배경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나는 1년반 동안 단 한사람의 9급 공무원도 따로 채용하라고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단 한푼의 돈도 누구에게 빌려주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 다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야당할 때 아무 조건없이 도와준 사람들을 IMF때 도와주지 못한 것이다. 내가 부탁하면 그들도 장관.총리.차관.의원을 했을 것 아니냐. "

이와 관련, 국민회의 한 당직자는 "공정하게 하려다보니, 호남 출신 중 섭섭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해해달라는 게 金대통령의 발언요지" 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전남도청 업무보고 때도 "국민화합은 이 시대 지상과제" 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동서대립과 갈등을 풀어나기기 위해 전남 도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金대통령은 전남지역의 많은 건의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선물을 내놓지 않았다.

오찬장에서 金대통령은 신창원 검거의 공로자인 이만근 (순천경찰서) 경사를 불러 칭찬했다.

이 자리에서 허경만 (許京萬) 지사는 "전남이 국민의 정부 산실이라는 자긍심이 있다" 며 "신창원 검거도 성공한 정부가 되게 하려는 우리 의지의 표현" 이라고 답례했다.

광양 =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