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21일 지루하게 끌어온 특별검사제 도입문제와 관련, 여당 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李총재는 이날 당무회의 서두에 "청와대와 여당에서 밝힌 대로 우선 특검제와 국정조사를 실시하자" 고 말했다.
옷 로비 의혹사건과 검찰의 파업유도 의혹사건에 대해서는 특검제를 실시하고 국정조사는 파업유도 의혹사건에 대해서만 하자는 여당의 '2+1'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李총재는 지난 주말을 고비로 원내 투쟁으로 기울었다. 19일 의원총회에 이부영 (李富榮) 총무를 통해 이런 의견을 제기했다가 강경투쟁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관철하지 못했지만 이날은 아예 작심한 듯 회의 첫머리에서 발표해버린 것이다.
李총재의 이같은 결정은 특검제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李총재는 이날 부총재.상임고문단 초청 오찬에서도 "최근 정국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특검제가 관심 속에서 사라지고 있는 데 대해 국민들이 불만스럽게 느끼고 있다" 고 설명했다.
임창열 (林昌烈) 경기도지사 부부의 뇌물 수수의혹, 연내 내각제 개헌 연기, 2여+α정계개편설 등은 워낙 대형 이슈였다.
더구나 검찰이 '가짜 특검제' (安澤秀대변인) 로 파업유도 의혹사건 수사에 착수함으로써 자칫 특검제를 주장할 시기와 명분조차 놓쳐버릴 우려가 있었다.
때문에 李총무는 "그동안 애써 여당으로부터 얻어놓은 것마저 놓칠 수 있다" 며 李총재를 채근해왔다.
야당의원에 대한 사정 압박도 바람막이용 국회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 여당이 반대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소집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세풍 (稅風)' 재수사에 반발해 제205회 임시국회를 중도에서 공전시킨 李총재가 다시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는 것이 궁색하기는 하다. 그래서 여당의 정계개편설과 검찰의 '가짜특검제' 를 걸고 나옴으로써 명분을 찾으려는 것이다.
여기에 정국 주도권이 완전히 여권에 넘어가고 있다는 점도 李총재를 압박했다. 李총재는 "어떤 날은 TV뉴스에서 여당 이야기만 길게 나오고 야당의 주장은 전혀 나오지 않는 날도 있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선은 원내" (金命潤고문) 라는 것이다. "잇따라 터지는 현 정권의 실정 (失政) 을 따지기 위해서도 국회를 열어야 한다" (李富榮총무) 는 생각이다.
그러나 원내에 들어가더라도 장외투쟁은 병행할 방침이다. 22일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지구당별 규탄대회도 갖기로 했다. 정국흐름의 중심에 서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계산이다.
김진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