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우 '연내 구조조정'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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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과연 대우가 정부와 약속한 연내 구조조정 완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김우중 (金宇中) 대우회장의 '경영권' 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이 부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대우가 연말까지 구조개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담보로 내놓은 金회장의 지분을 처분, 경영권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성공' 의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일단 대우가 채권단에 약속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의 이행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는 지난 4월 수정 재무약정을 통해 올 연말까지 자산매각.유상증자 등을 통해 29조6천억원의 빚을 갚아 부채비율을 2백% 아래로 끌어내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반기 실적은 고작 2조5천억원에 불과했다.

"구조조정의 출발이 늦었기 때문" 이란 게 대우측 설명이지만 어쨌든 앞으로 6개월 안에 27조원을 갚아야 하는 급박한 사정이 됐다.

대우측은 "대규모 매각이 막바지 단계므로 가능할 것" 이라고 강조하지만 여건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매각성사 여부도 아직 미지수고, 주가하락도 대우의 유상증자 계획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매달 대우의 구조조정 실적을 점검, 부채상환을 독촉하기로 했고 채권금융단도 귀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가 특단의 자구 (自救) 노력에 나서지 않을 경우 金회장과 대우계열사가 담보로 맡긴 주식의 일부를 채권단이 조기에 처분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시급한 4조원 지원 = 매일 돌아오는 초단기 어음을 막는 게 급선무다.

대우가 막아야 하는 초단기 어음의 정확한 규모는 채권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4조원 안팎이라는 게 대우측 설명이지만 채권단이 약속한 자금지원이 2~3일 더 늦춰질 경우 6조~7조원 규모로 불어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럴 경우 자금지원이 더 늘어나야 해 출발부터 자구노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22일까지 채권단이 신규자금 배분과 지원시기를 정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 자산매각이 관건 = 자구노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대우측 목표는 11조8천억원. 1조9천억원으로 잡은 ㈜대우의 교보생명 지분 24%가 가장 큰 덩어리인데 정부가 생명보험사 상장을 허용키로 함에 따라 제값 받고 팔 가능성이 커졌다.

대우차의 대형엔진.트럭부문도 유럽의 2~3개사와 협상 중이어서 머지않아 계약이 이뤄질 것이란 게 대우측 설명이다.

이밖에도 ▶대우중공업의 철차. 항공부문 (5천2백억원). 영등포 공단용지 (6백64억원) ▶㈜대우의 해외이동통신 (5천5백68억원)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문제는 대우가 시한에 쫓기고 있다는 점. 시간을 끌수록 급한 것은 대우이기 때문이다.

모 그룹 관계자는 "수조원이나 되는 회사를 사고 파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 면서 "더욱이 대우가 시한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제값 받기가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 꼬이는 유상증자 = ㈜대우와 대우통신 등 4개사가 1조8천억원의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 처리방안 발표 후 대우 계열사 주가가 급락,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더욱이 ㈜대우의 증자로 인해 자칫 알짜인 대우증권까지 동반 부실화될 우려까지 낳고 있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대우의 유상증자 청약에서 일반인들이 실권해 버릴 경우 주간사 업무를 맡은 대우증권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 불투명한 계열분리와 매출채권 회수 = 대우가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은 대우전자와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매각. 30억달러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대우전자가 팔리면 부채비율을 낮추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전자에 대한 대우그룹 지분이 7%에 불과한데다 대우전자의 부채비율이 4백50%에 달해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일본 미쓰이와 합작을 추진하고 있는 조선부문 역시 일본측과의 접촉사실을 밝힌 지 3개월이 넘도록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대우는 필요하다면 대우통신도 판다는 복안도 세워두고 있다.

대우 김우일 (金宇鎰) 상무는 "전자와 조선부문은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30% 가량의 프리미엄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며 "최악의 경우 통신의 매각도 고려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정경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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