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리처드 클레인 교수 '포스트모던 다이어트'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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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담배는 숭고하다' (95년) 로 일약 인기 글쓰기의 주인공이 된 리처드 클레인 (미 코넬대 교수.불문학) 의 96년작 '포스트모던 다이어트' (원재길 옮김.황금가지.9천원)가 출간됐다.

본래 제목은 '지방질을 먹어라' (Eat Fat) 로 지방질과 비만에 대한 일반의 상식을 뒤집는 저자 특유의 관점을 담았다.

소위 '역설의 글쓰기'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지난 1백년은 '살 빼기의 시대' 였다.

처음 그것은 젊은 여자들을 중심으로 '말라깽이 미녀' 에 대한 선호로부터 시작했으나 최근들어서는 다이어트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화두 또는 종교의 경지까지 치닫고 말았다.

그러니 지방질은 악의 원천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클레인 교수가 이 책에서 펴고 있는 지방질 예찬론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그리스 신화에 미.사랑의 여신으로 등장하는 아프로디테도 오늘날 기준으로는 뚱뚱한 편이다. 그리고 밀로의 '비너스' 를 다시 한번 쳐다 보라. 매우 둥근 엉덩이에 거대한 젖꼭지를 가졌다. 그리고 감동을 받을 만한 몸통둘레…. 실로 대단한 여자다. "

그러면서는 저자는 "그녀의 아름다움은 날씬함이 아니라 균형잡힌 몸매에서 비록된다.

세계적 모델인 클라우디아 시퍼의 뼈만 남은 엉덩이 돌출부위나 흥분을 일으키는 기묘한 자세가 주는 가늘고 긴 곡선의 음란함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 이라고 글을 이어간다.

그것은 마치 '아름다운 비만' 을 논하는 것과 흡사하게 들린다.

저자가 지방질의 의미를 다시 찾아나서는 과정은 무척이나 지적 (知的) 이다.

우선은 뚱뚱한 육체가 더 아름답고 육감적임을 논하기 위해 미술품과 포르노 사진 속의 몸과 지방질을 논하는가 하면 다이어트의 효과와 비만의 의학적 위험성이 턱없이 과장돼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의학적 지식을 광범위하게 동원한다.

심지어 살찐 사람이 휠씬 관능적이고 섹스에도 강하며 정치인으로서도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사례분석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여기서 클레인 교수는 '지방질은 아름답고 섹시하며 강한 것' 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를 신념으로 그는 이 책이 지방질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다이어트라는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자들에게 '만다라' (불교적 숭배대상) 로 자리잡기를 권하고 있다.

"비만은 사람으로 하여금 극도의 부정적 심리와 절망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하지만 이 책으로 내면의 강박관념과 갈등을 뛰어넘는 만다라를 찾았으면 좋겠다. "

저자가 예측하듯 조만간 뚱뚱함을 사랑했던 19세기말적 미학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까.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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