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홈페이지에 미발령 항의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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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른 넘은 나이에 자기 밥벌이도 못하고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져 자포자기가 되어 버린 동생. 왜 그렇게 사느냐고 꾸지람 해보지만 초점을 잃어버린 동생의 눈을 보면 불쌍한 생각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

K (여) 씨가 최근 서울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동생에 대한 분노와 연민으로 가득 차있다. K씨의 동생은 서울시 7급 공채시험에 합격하고도 20개월째 발령을 받지 못한 공무원 임용대기자.

K씨의 동생을 비롯해 수십명이 '우리는 일하고 싶다' 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인터넷에 올려 놓고 있다. 이들은 지난 97년말 채용시험에 합격했지만 경제위기 여파로 20개월째 발령이 미뤄지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임용대기자들. 20일 현재까지 미발령자가 전체 9백34명의 37.5%인 3백50명에 이른다.

특히 기술직의 경우 자리가 더욱 적어 대상 인원의 절반 이상이 발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박봉에 이미지도 좋지 않은 공무원되려고 이렇게 고생하는 내가 한심한 인간' '천금같은 20대에 시험준비와 대기로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등 임용대기자들의 글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가득 차있다.

임용대기자 朴모 (30) 씨는 "공부 열심히 해 시험에 붙은 게 오히려 나를 폐인으로 몰고 있다" 며 "후회도 있지만 막연한 기대도 지울 수 없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인사과 관계자는 "합격후 2년이 지나면 별도 정원으로 모든 임용대기자를 채용할 수 있게 돼 올 연말까지는 모두 임용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2차 구조조정작업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신규 인력을 충원할 경우 기존 직원의 몫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임용대기자의 채용문제는 계속 논란거리도 남을 전망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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