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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중앙인사위원회 김광웅 위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중앙인사위원회는 역사가 숨쉬는 경복궁 서문 앞 청와대로 올라가는 도로 한편에 위치해 있다.

업무나 위상에 비해선 단출한 규모지만 문턱부터 뭔가 분주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가족같이 일하는 모습이 흔히 생각하는 정부조직 같지 않다.

"훈장 출신 위원장을 모시려면 괴로울텐데…. " 비서들은 "전혀 그런 것 없이 오히려 편하다.

집무실에 들어가면 분위기가 또 다를 것" 이라고 능청을 떤다.

온통 서류와 책들로 지저분한 (?) 위원장실에서 김광웅 (金光雄) 위원장을 만났다.

[만난사람= 이만훈 사회부 차장]

- 위원장이란 호칭보단 선생님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불러주는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선생님.교수님.위원장.장관 순으로 호칭을 좋아하니까요 (웃음) ."

- 사생활에서도 변화가 많으시죠.

"언론의 자유도 빼앗기고 행동의 자유도 빼앗겼습니다 (웃음) .학교는 비교적 자유로운 편인데 여기는 조직 아닙니까. 생활패턴은 물론이고 사고와 행동의 패턴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

- '교수 장관' 은 안된다는 게 소신이었잖습니까.

"가장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군요. 신문에 거명되는 걸 보고 열명 가운데 일곱은 '이제는 정부에서 봉사해도 되지 않겠느냐' 고 했습니다. 셋 정도는 '가봐라. 뜻대로 안될 것' 이라고 했습니다. 첫 회의 때 위원들에게 '내가 운동해서 오지 않았듯이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앞으로도 그렇게 (중립적으로) 해달라' 고 했습니다. 이거로 답이 되겠습니까. "

- '교수장관은 과객' 이라고까지 하셨는데….

"이곳에서 하는 일이란 게 제도를 고쳐나가는 겁니다.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되고…. 그런 면에서 학교생활의 연장으로 봐주면 좋겠습니다. "

- 관장하는 대상 공무원만 4천여명입니다. 어디에 가장 역점을 둡니까.

"고위직 심사를 하고 제도와 정책을 바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게 우리 일입니다. 비중을 따지자면 제도쪽입니다. "

- 공무원제도를 '개방형' 으로 하신다는데.

"한마디로 내.외가 경쟁토록 하는 것입니다. 우선 1백50개의 자리를 개방해 뽑을 생각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 외교통상부의 조약국심의관도 포함됩니다. 예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죠. "

- 이를 위해 특별히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데이터베이스화된 국가 인재 풀을 만들려고 합니다. 대통령은 물론 총리.장관 등 어떤 직위에 사람이 필요하면 곧바로 후보자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정실인사는 없어질 것입니다. 기업.대학.노동계.언론계 등 모든 사회부문에서 인재를 모을 겁니다. "

- 개방형 인사에 부작용도 있을 것 아닙니까.

"나는 원래 이 제도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오면 적응비용이 상당히 듭니다. 공직사회가 아무나 들어와서 일하는 곳은 아니죠. 전문성의 가치보다 적응비용이 더 많이 들면 안되죠. "

- 개방형 임용에 대해 내부 승진기회가 줄어 그에 따른 사기 저하도 우려되는데.

"그런 사람은 어차피 도태돼야 합니다. 자리 개방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현재 공무원 가운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찾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

- 최근 인사관련 지침을 각 부처에 보내셨죠. 그동안 인사관행 가운데 뭐가 문제입니까.

"결국은 형식주의죠. 연수만 차면 올라가는 연공서열이 그렇고, 근무평정도 엉망입니다. 누구를 올리기 위해 짜맞추는 평정이 많았지요. 위원회가 생김으로써 심리적으로도 각 부처의 인사가 공정해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

- 고급인력의 획득.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현행 고시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검증할 길이 없다는 점일 겁니다. 오로지 시험으로 머리만 테스트하고 있으니까요. 도덕성.책임감.희생 및 봉사정신 등을 포함한 복합적인 테스트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학교에 있을 때 학생들에게 '다들 똑똑한데 사회에 나가 나쁜 일에 끼이는 건 뭐냐' 고 늘 야단친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습니다. "

- 고시의 과목도 바꿔야 한다는 말이 많은데.

"맞는 말입니다. 영어시험의 경우 토플이나 토익으로 대체하면 되는데 왜 굳이 다시 칩니까. 행정학.경제학 등도 문제 하나로 종합판단할 수 있습니다. "

- 부처간 인사교류는 어떻게 돼갑니까.

"쉽지가 않습니다. 앞으로 일반행정.경제.안보 등 유사한 업무끼리 직렬을 만들어 교류를 시킬 겁니다. 그러다 보면 부처간 이해도 잘 될 겁니다. "

- 반응은 어떻습니까.

"부처마다 좋은 사람을 내놓지 않으려고 해 아직 원활치 못합니다. 모든 부문에서 부처간 알력이 심해 어려움이 많아요. "

- 그렇다면 강제라도 교류를 시킬 겁니까.

"직렬간 교류는 활성화돼야 합니다. 필요에 따라선 직렬별로 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중앙인사위가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책임이 없다니요, 잠을 못자는데. 입법.행정간에만 견제와 균형이 있는 게 아닙니다. 행정부 내에도 있습니다. 법적으로 정부위원은 국회에서 부르면 언제라도 나가야 합니다. 국민한테의 책임보다 더한 게 있습니까. 권한보다 오히려 책임이 더 많죠."

- 여기선 그림만 그리고 집행은 행정자치부가 하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로서는 그게 더 불편합니다. 법령은 행자부에 의존해야 하니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출발부터 제약을 둔 것이죠. "

- 그동안 외압은 없었나요.

"지금까지 부탁도 한건 없었습니다. 집으로 딱 한번 전화가 왔었는데 소관도 아닌 연구원 원장을 시켜달라는 거였습니다. "

- 깐깐하게 보여서 그런 모양이죠.

"소문이 아주 잘 났습니다 (웃음)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출범하다 가라앉는다고 위원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나는 그렇다치고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공직자에 대한 내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도덕성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납니다. "

- 혹시 청와대 등에서 부탁이 들어오면 어떡하겠습니까.

"국회에 인사를 갔더니 여야 의원들이 '깐깐하다고 소문이 났더라' 며 '공정히 해달라' 는 청탁 (?) 을 하긴 합디다 (웃음) ."

- 공무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데.

"지금까지는 공직자에게 희생만 강요했어요. 한국의 관료 수준을 한단계 높이려면 공정한 인사와 함께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봉급 얘기를 하자면 정부 수립이래 공직사회 봉급이 총예산의 20%대에서 11.9%로 떨어졌어요. 민간부문과 평균치를 하면 87% 수준을 겨우 유지합니다. 고위직은 중견기업 대비 58%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가 될 리 없어요. "

- 공무원 조직에 뭔가 하나를 투자한다면.

"결국 사람이지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외국에 가서 훈련도 받고 짧은 기간이나마 여행도 하고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전근대적인 측면이 많아요. "

정리 = 김기찬, 사진 =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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