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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플루 1명에 456알 처방 … 신종 플루 치료약 관리 엉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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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환자 1명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456알이나 처방받았다는 정부 자료가 나왔다. 영국계 은행 HSBC는 편법으로 타미플루 1978명분을 구입해 비축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당국의 타미플루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원희목(한나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1인당 10알인 타미플루 처방 용량을 초과해 처방받은 사람은 416명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처방을 받은 6504명의 6.4%다. 이들은 총 9464알을 처방받아 1인당 평균 22.8알을 받았다. 타미플루를 1인당 100알 이상 처방받은 사람도 4명이나 됐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의료기관은 한 사람에게 456알을 처방하기도 했다. 대구시 중구의 의료기관은 150알을 한 사람에게 처방했다. 충남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의료기관도 한 사람에게 127.6알을 처방했다.

타미플루 1인당 처방량은 올 1월 평균 5.6알에서 3월 5.0알로 감소세였다. 그러다 4월 7.4알을 기록한 뒤 5월 10.2알, 6월 12.1알로 매달 증가했다.

원 의원은 “항바이러스제 부족으로 국민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일부에선 타미플루를 빼돌려 비축하고 있다”며 “복지부는 타미플루 다량 처방에 대한 실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00알 이상 처방받은 4명에 대한 심사 결과 1건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3건은 병원 및 약국의 청구착오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는 29일 타미플루를 비축한 HSBC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HSBC는 직원과 가족들의 명의로 의료기관에서 일괄적으로 1978건의 처방전을 발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았다. 경기도의 한 약국은 HSBC로부터 처방전을 한꺼번에 넘겨받아 처방했다. 타미플루를 판매한 이 약국은 거점약국이 아니다. HSBC는 16명에게 타미플루를 지급하고 1962명분의 타미플루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

복지부 건강정책국 최희주 국장은 “환자의 내원 없이 처방전을 발행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행정처분 및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의뢰했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복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타미플루를 처방한 약국은 약사법에 따라 경기도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고 덧붙였다. 보건당국은 타미플루를 다량으로 보관한 HSBC은행에 대해서도 약사법 위반 여부 등을 따지고 있다.

한편 국내 신종 플루 백신은 내년 2월까지 최대 3200만 개가 공급될 예정이다. 당초 최대 공급 물량이던 2700만 개보다 500만 개 늘어난 수치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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