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EBS '십계'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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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십계(EBS 밤10시35분)

신의 계율과 실존적 인간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폴란드의 거장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놀랄 만큼 차분한 시선으로 그 사이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우연의 사슬 만으로 엮어진 듯한 삶, 해답을 알 수 없는 자신의 존재, 그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절망하는 인간군상의 다양한 풍경을 통해 삶을 사색하게 한다.

계명마다 한편씩, 10부작으로 구성된 '십계' 연작에서 감독은 경직된 종교적 해석을 시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자' 나 '지속적인 사랑' 이란 주제 앞에 '무신론자' 나 '불륜' 의 모습으로 왜소하게 서있는 인간을 철저히 실존적 관점에서 짚어나간다.또 극중 인물들의 번민이 화면 밖까지 떨려올 만큼 서술방식이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영화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란 면에서 타르코프스키 감독에 비교되기도 하지만, 그보단 덜 종교적이다. 보다 일상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만큼 극의 전개가 생동감이 넘친다.

'십계' 연작 시리즈는 폴란드 국영방송용으로 제작됐으나 '사랑에 대한 짧은 필름' 과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살인에 대한 짧은 필름' 은 극장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EBS에선 매주 2편씩 묶어 5주 동안 방영할 계획이다. 원제 The Decalogue.88년작. 각 60분씩.

백성호 기자

도플갱어(MBC 밤11시)

독일 민담에 전해져오는 '도플갱어' 즉 세상 어딘가에 자신과 똑같은 분신이 있다는 것을 소재로 한 스릴러 영화. 때로는 자신의 젊었을 적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노인이 된 미래의 모습으로 자신의 곁에 서있기도 한다.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여성 혐의자는 범행 일체를 부인한다. 자신의 분신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 룸메이트는 그녀에게 쌍둥이가 있음을 밝혀낸다. 원제 Doppelganger.드류 배리모어 주연. 93년작. 1백5분.

울프 (KBS2 밤10시10분)

국내에서 '구미호' 가 그렇듯, '늑대인간' 은 서양 공포물의 대명사다. 하지만 '울프' 에선 접근방식이 조금 다르다. 살인과 피가 난무하기보다 멜로물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위기에 몰리던 월은 밤늦게 운전을 하다가 늑대에게 물린다. 이후 청각과 후각이 예민해지는 것을 느낀다. 월은 자신을 뚫고 나오려는 늑대의 야수성으로 인해 갈등하기 시작한다. 감독 마이크 니콜스. 원제 Wolf.94년작. 1백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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