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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제 국제회의 '민주주의 포럼' 지상중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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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시아 민주주의의 현재를 분석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국제회의인 '민주주의 포럼' 이 13일부터 2일간 세종연구소와 미국 민주주의 재단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개최됐으며 올해부터 매년 열릴 예정이다.

본사가 후원한 올해 회의는 4개 분과에서 각각 '경제위기와 민주주의의 장래' '시민단체의 역할' '선거와 의회' '민군관계' 등을 주제로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포럼의 주요 주제와 쟁점을 요약한다.

◇ 경제위기와 민주주의

그간 학계에서 논란이 됐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병행 발전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의 쟁점은 세가지로 요약된다.

▶아시아의 외환 및 경제위기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가, 아니면 촉진시키는가 ▶아시아 경제위기는 경제민주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경제위기가 실업자와 빈곤층의 증가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양극화현상을 수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안전망 구축 계기가 마련되고 있는가, 아니면 지연되고 있는가가 그것이다.

첫 발제자로 나선 엔리크 에스테반 교수 (필리핀 아시아 - 태평양대학) 는 "상대적으로 오래된 민주주의의 전통을 갖고 있는 필리핀은 민주주의에 너무 집착하느라 경제발전엔 무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면서 "경제발전에 중요한 정치제도가 민주주의 아래서 효율적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경제발전이야말로 민주주의에 이익을 줄 것" 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추아 벵 후앗 교수 (싱가포르 국립대 사회학과) 는 "아시아에서는 경제성장 자체만으로 민주화를 이룩할 수 없다" 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이어진 토론에서 앤드루 매킨타이어 교수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는 "현실적으로 아시아지역을 엄습한 경제위기는 매우 부정적인 경제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고 말했다.

유권하 기자

◇ 시민단체의 역할

아시아 지역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사회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특히 민주화와 경제발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시민운동에 대한 외부 선진운동세력들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엘 로카모라 필리핀 민중민주주의 연구소장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민주화과정에서 시민단체는 매우 중대한 역할을 했으며,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단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져가고 있다" 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아시아지역의 경우 여전히 선진서구사회에 비해 시민단체가 취약하기에 국제적 시민단체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며 "특히 한국이나 대만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성공적인 사례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 말했다.

카시 뉴 캄보디아 인권협회 이사는 "캄보디아의 경우 오랜 전쟁과 크메르루주의 학살 등으로 평화적인 불교 중심의 문화가 파괴됐다" 며 "캄보디아의 시민단체는 정부와 국민, 각종 집단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최우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고 소개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제 한국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 있어 시민운동이 과거 민주화투쟁의 단계를 벗어나 정책의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며 "따라서 현단계에서는 시민단체의 자율성 보장에 필수적인 재정적 독립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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