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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다시보기] 뮤지컬 '페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뮤지컬 '페임 (Fame)' 의 막이 올랐다. 영화나 TV시리즈로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뮤지컬로 한국관객과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명성황후' 덕분에 한국 최고 뮤지컬 프로덕션으로 자리를 굳힌 에이콤 (대표 윤호진) 이 내놓은 신작 번안극은 한마디로 말해 꿈에 관한 뮤지컬이다.

스타를 동경하며 뉴욕 라구아디아 예술고등학교에 모인 끼로 똘똘 뭉친 학생들의 입학에서 졸업까지의 과정이 2시간 30분 동안 흥겨운 춤과 노래로 펼쳐진다.

재능있고 매력적인 카르멘 (소냐) 과 춤에는 도사지만 글을 못 읽는 타이론 (방정식) , 처음부터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하는 연극반 세레나 (배혜선) 와 닉 (박채봉) , 날씬한 무용수보다 결국 살찐 배우를 택하고마는 뚱뚱한 메이블 (김선영) , 무거운 주제를 잊게 하는 코믹 캐릭터 죠 (이성호) 등 모든 등장인물들의 개성 있는 캐릭터가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성급하게 스타를 꿈꾸다 죽는 카르멘과 학교제도를 무시하지만 결국 착한 학생으로 돌아오는 타이론 등 관객들의 상상력을 초월하지 않는 상투적인 스토리지만 지루하기보다 오히려 재미를 놓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생동감 있는 캐릭터 부여와 이를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라고 할 수 있다.

또 검증된 스타라고는 단 한 명도 만날 수 없지만 새로운 스타탄생을 목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특히 카르멘 역의 신인가수 소냐는 주제곡 '페임' 과 'LA에서' 등 폭발적인 가창력이 요구되는 뮤지컬 넘버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은 물론 수준급 연기를 펼쳐 대형 뮤지컬 스타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이름도 주어지지않은 코러스에서 일약 주연 타이론으로 발돋움한 방정식의 무대 뒤 이야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다. 공연 이틀을 앞두고 당초 타이론 역을 맡은 임춘길이 어깨부상을 당하자 뜻밖에 주연으로 무대에 서게 된 것. 아직 흑인 타이론이 몸에 덜 익어 조금 어설퍼 보이지만 큰 무리는 없다.

배우들의 시원한 가창력과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램찹스 (곽유림) 의 화끈한 드럼연주 등 많은 볼거리의 한편에는 고등학생이 되도록 글도 못 읽는 학생이며 이리저리 짝을 바꾸며 연애에만 열을 올리는 학생들, 인종 갈등 등 한국적 상황과 거리가 먼 설정들이 어쩔 수 없는 번역극의 한계가 드러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정서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8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오후 3시, 7시 30분. 화.목 낮공연, 월 쉼. 02 - 539 - 0303.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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