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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탁구] 유승민, 16년 만의 金 쾌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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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탁구가 '신화의 땅'에서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졌던 만리장성을 허물고 16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남자 탁구의 '희망' 유승민(삼성생명)은 23일 갈라치올림픽홀에서 열린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세계 4위)를 4-2(11-3 9-11 11-9 11-9 11-13 11-9)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이 올림픽 탁구에서 우승한 것은 88년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농심삼다수 코치)와 현정화-양영자조가 남자단식과 여자복식에서 각각 정상에 오른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반면 '96애틀랜타올림픽 부터 3회 연속 전관왕을 노렸던 중국은 남자단식 금메달을 한국에 넘겨주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 23일 오후(현지시간) 아테네 갈라치 스타디움에서 남자 탁구 개인전 결승 한국-중국//한국 유승민 금메달 결정되는 순간 김택수코치와 기뻐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세계랭킹 3위인 유승민은 준결승에서 39세의 '백전노장' 얀 오베 발트너(스웨덴)을 꺾고 결승에 올라 세계 최강자 왕리친(중국)을 누른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와 마주했다.

유승민은 지난 99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때 왕하오를 3-1로 이긴 이후 올해 코리아오픈을 포함해 모두 6차례의 성인대회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셔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다.

특히 왕하오는 라켓 양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면타법' 기량이 류궈량-마린을 거쳐 완성됐다고 극찬할 만큼 뛰어나 유승민으로선 맞서기 힘든 상대였다.

그러나 대회 직전 삭발로 결전 의지를 다져온 유승민은 2주일 전 다쳤던 허리 통증이 남아있음에도 특유의 파워넘치는 드라이브로 왕하오를 시종 밀어붙인 끝에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1세트 선취점을 뽑으며 첫 단추를 꿴 유승민은 쇼트에 이은 백핸드 푸싱으로 왕하오의 공격을 차단하며 8-3 리드를 잡은 뒤 왕하오의 잦은 공격 범실로 결국 11-3, 큰 점수차로 이겨 기선을 잡았다.

2세트 왕하오의 구석을 찌르는 백핸드 스매싱에 고전한 끝에 세트스코어 1-1를 허용한 유승민은 3세트 9-9에서 왕하오의 리시브가 잇따라 네트에 걸리면서 이겼고 여세를 몰아 4세트까지 따냈다.

유승민은 그러나 5세트 듀스 접전을 벌인 끝에 11-13으로 져 위기에 몰리는 듯 했지만 9-9 동점을 이룬 6세트에서 자신감있는 리시브로 왕하오의 범실을 유도, 1점차로 앞선 뒤 서브 공격에 이은 3구째를 강한 드라이브로 공략, 결국 승리의 대미를 장식했다. (아테네=연합뉴스)

[유승민 선수 프로필]

2004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딴 유승민(22.삼성생명)은 한국 남자탁구의 간판 스타.

중학교 3학년 때인 지난 97년 탁구 최연소(15세)의 나이로 국가대표로 발탁돼 '탁구신동'으로 불렸다.

유승민은 그러나 18세의 나이로 첫 출전한 2000시드니올림픽 때 팀 선배 이철승과 짝을 이룬 복식에서 아깝게 메달을 놓치며 4위에 그쳤고 단식에서도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2001년 고교 졸업 후 실업팀 진출 과정에서 이중등록 파문에 휩싸여 1년여를 무적 선수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아픔도 경험했다.

당시 대한탁구협회 실업팀 창단 규정은 제주삼다수(현 농심삼다수)가 지명권을 행사하도록 돼 있었으나 유승민이 지원을 받은 삼성생명행을 고집하면서 양쪽이 모두 등록하는 사태가 발생했던 것.

다행히 탁구협회의 중재로 삼성생명에 안착한 유승민은 기량이 급상승했다.

탄력을 받은 유승민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로 병역 면제혜택을 받았고 지난해 오픈대회에서도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며 중국의 아성을 허물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덤으로 얻었다.

특히 적지에서 열린 지난해 중국오픈 준우승에 이어 오픈 투어를 총 결산하는 2 003년 그랜드파이널스에서도 전 세계 챔피언 왕리친(중국.세계 1위)을 꺾은 뒤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올해 이집트오픈 우승으로 오픈대회 첫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지난 7월 US오픈 2관왕에 오르며 세계랭킹이 3위로 도약했다.

삭발로 결의를 굳게 다졌던 유승민은 대회 직전 허리가 삐끗해 1주일을 쉬어 100% 컨디션을 발휘하기 어려웠음에도 부상 투혼을 발휘, 상대 전적 6전전패의 열세를 딛고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를 결승에서 꺾고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한국 탁구에 값진 금메달을 선사했다. (아테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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