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군복무는 선택받은 '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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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병무비리로 고급장교.유명회사 간부 등이 대거 망신당하는 세태를 보면 모병당국의 한 사람으로 안타까운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뚤어진 자식사랑을 돈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물질만능적 국민의식이 사회 전반에 세균처럼 만연해 있는 우리의 현실에 더욱 서글퍼진다.

특히 '나만은 걸리지 않겠지' 하는 안이하고 이기적인 판단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관련공무원들의 신세를 망치게 하는 부모를 보면 한심하다는 차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자기 아들은 군에 안보내고 싶고, 사위는 군에 갔다온 사람이면 좋겠다" 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키운 자식을 최전방에 보내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병역의무는 나와 내가족, 그리고 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신체와 정신이 건장한 대한민국 청년의 선택받은 권리이지 결코 마지못해 해야만 하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다.

군대생활 26개월은 인생의 공백기간이거나 허송세월이 아닌, 앳된 청소년에서 당당한 남성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치러지는 성년의식이며 절차다.

오래전 군복무 3년을 마쳤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현역병으로 입대시켜 군복무를 마치게 한 예비군 대학생의 아버지로서 군대생활에서 얻은 몇가지 인생의 교훈을 되새겨본다.

첫째, 군생활은 인내심을 길러준다.

요즘은 젊은이들은 참을 줄 모른다고 곧잘 얘기하지만 군생활 동안 힘든 훈련을 견디면서 얻어진 인내심은 장차 어떤 난관도 슬기롭게 극복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밑걸음이 될 것이다.

둘째, 나보다 집단과 조직을 중하게 여기는 선공후사 (先公後私) 정신을 배운다.

군에 갔다온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군대는 팀을 이뤄 훈련과 작전을 한다.

그러다 보면 때로는 내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체로 질타를 받을 때도 있고, 내가 소속된 단체나 조직을 위해 나 하나쯤 희생할 수 있어야 함을 배운다.

셋째,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는 분기점이 된다.

요즘 젊은 사람 중에는 '마마보이' 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군에 입대하는 그날부터 스스로 자기의 의사결정에 의해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따라서 입대 전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던 자식들도 군에 가더니 의젓해지고 효자가 돼 돌아왔더라는 말도 있다.

그리고 군인은 집안이 부자건 가난하건, 많이 배웠건 못배웠건 얼룩무늬 제복아래 평등하게 대우받는다.

따라서 군생활을 통해 모두가 하나이며 낮은 곳을 내려다볼 줄 아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렇게 귀중한 인생의 참교육을 과외비 한푼 안들이고 배우고 익히게 해야지 돈을 들여가며 피하려 하다니.

특히 부모들은 귀한 자식들에게 눈앞의 편안한 삶만을 보지말고 먼 장래를 내다볼 수 있게 하는 혜안을 갖게 해보자.

26개월간의 병역의무는 나라를 지키면서 내 자신을 절차탁마하는 소중하고 참된 기간임을 젊은이들은 꼭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정찬영 병무청 공보담당관실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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