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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 신라 대장간 연장 원형그대로 무더기 출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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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주시 월산리 (月山里)에 위치한 6세기경 신라시대 야철장인 (冶鐵匠人 : 대장장이) 의 무덤에서 최근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단야구 (鍛冶具 : 대장간 연장) 들이 무더기로 발굴돼 고대 야철사 (冶鐵史)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서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발굴된 연장들은 망치 3점, 집게 2점과 숯돌.모루 (받침돌) 등으로 이들이 세트를 이루어 다량 출토됐다.

지금까지 국내외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나라 (奈良) 현 국립박물관 소장 '오조묘총 (五條猫塚)' 에서 나온 유적만이 망치 외 3 종류가 세트를 이루고 있을 뿐 대개는 망치와 집게 각 1점 만이 함께 출토되는 경우가 고작이었다.

지난 5월부터 약 7천 평에 걸친 현장 발굴을 주도해온 경주문화재연구소 홍성림 (洪性淋) 소장은 "지금 사용해도 될 만큼 완벽한 모양의 단야구들이 발견돼 신라의 뛰어난 합금기술과 고도의 철제가공기술을 엿보게 한다" 며 "이 단야구 세트들에 대해 중요문화재 (보물) 지정 신청을 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산리 유적 발굴을 통해 대장장이 유물 외에도 신라인과 그 후세의 생활사를 엿보게 하는 귀중한 자료들을 캐냈다.

신라시대의 정교한 금속세공을 가능케했던 고화도 (高火度) 의 연료 백탄 (白炭) 을 제작했던 숯가마 (白炭窯) , 경주의 서민들이 사용했던 토기.자기류, 고려~조선시대의 흑탄가마, 환두대도 (環頭大刀) 등 금속류 등이 대표적인 출토유물들이다.

월산리 유적에 신라시대와 그 이후 조선시대까지의 시대별 숯가마가 밀집돼 있는 점으로 미뤄 이 지역이 오랫동안 민간에 생활도구나 그릇 등을 공급하는 생산지의 하나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산리 유적지가 신라시대 평민들의 생활사를 알려주는 '살아있는 역사전시장' 이 될 것으로 판단, 문화재들에 대한 긴급 보존처리가 끝나는 대로 전시장을 마련해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이 유적에서는 또 반월형석도 (半月形石刀) 를 비롯, 석제 굴지구 (掘地具 : 따비).갈돌과 갈판 등 농경관련 석제유물, 돌화살촉.돌칼 등도 다량 출토돼 경주 일대에서는 가장 큰 청동기시대 거주민들의 집단 취락지였음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김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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