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인준] “한나라 이탈표 적어도 4 ~ 5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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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은 예상보다 순조롭게 끝났다. 야당 의원들의 저항은 ‘통과의례’ 수준을 넘지 않았다.

오후 2시25분 시작된 본회의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해선 원래 심사경과 보고서를 발표하는 것 말고는 발언이 안 되지만 여야가 합의했다고 하니 특별히 양해하겠다”며 의사진행 발언을 허용했다.

처음 나온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역사를 후퇴시킬 것인지 발전시킬 것인지는 조금 뒤에 결판난다”며 인준 반대를 호소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은 “정 후보자는 일부 실수와 착오가 있었지만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감쌌다. 3시5분쯤 예정된 여야 의원 6명의 발언이 끝나자 김 의장은 “의사진행 발언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정의화(한나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이 심사경과를 보고하는 동안 민주당·자유선진당의 충청권 의원 15명이 단상 앞으로 몰려나와 ‘한나라당 의원 여러분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맙시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3시16분부터 표결이 시작되자 이상민 의원 등 일부 자유선진당 의원이 투표함 주변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명패를 뺐고 투표를 방해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직접 앞으로 나가 자유선진당 의원들을 달랬다. 10여 분쯤 지나자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모두 회의장을 빠져나갔으며 이후 투표(무기명)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표결엔 한나라당 의원 165명, 친박연대 4명, 자유선진당 1명, 창조한국당 2명, 진보신당 1명, 무소속 4명이 참여했다. 개표 결과 찬성은 164표였다. 야당·무소속 의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면 한나라당에서 1표의 이탈표(반대·무효·기권)가 발생한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외에서도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 꽤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한나라당의 이탈표가 적어도 4~5표는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유선진당에선 이영애 의원이 유일하게 투표해 눈길을 끌었다. 투표 뒤 이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는 게 국회의원의 당연한 임무 아니냐”고 말했다.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 39명은 이날 “정 후보자가 2억여원의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하고 Y모자 회장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는 등 탈세와 포괄적 뇌물죄 혐의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정 후보자를 고발했다.

김정하·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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