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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 터뜨린 국민회의…안동선 '우린 배알도 없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영배 총재권한대행 경질 이후 국민회의는 분노와 자괴감으로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였다.

9일 아침 안동선 (安東善) 지도위의장 (당직서열 2위) 의 폭발은 당내의 이런 기류를 대변했다.

물러난 金대행을 대신해 고위당직자 회의를 주재하러 나왔으나 당3역의 불참으로 성원이 안돼 회의가 취소된 자리에서였다.

安의장은 김종필 (金鍾泌.JP) 총리와 자민련에 대한 정면대응 의지를 표출했다.

그는 "그런 (JP의 뜻에 따라 집권당 총재권한대행이 바뀌는) 식으로 하면 나도 날아갈테고" 라며 말을 시작했다.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어서자 곁에 있던 한화갑 총재특보단장이 "말조심, 말조심…" 이라며 완곡히 만류했으나 安의장은 오히려 이를 악물고 말을 계속했다.

그는 5.16 주체인 JP를 겨냥하고, DJP연합의 한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수십년 동안 민주화투쟁에 동참한 金전대행이 군사정권의 주체인 JP의 말 한마디에 목이 날아간 것을 '역사의 아이러니' 라고 했다.

기자들이 "그 말은 JP가 5.16을 한 것과 맥이 닿아 있느냐" 고 거듭 묻자 그는 "그렇다" 고 대답했다.

각오를 한 듯한 자세였다.

그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덕목도 들먹였다.

"옛날 지도자들은 한 울타리 안에 있으면 죽기살기로 세 (勢) 싸움을 하다가도 서로 화해하고 협력했다. 그건 우리 선배들의 오랜 미덕이었다.

집권세력의 대표가 물러나는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JP는 물론 JP 요구를 들어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또 "우린 배알 다 빼주고 정치하느냐" 는 말로 당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대변했다.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安의장의 발언에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듯했다.

"할 말을 했다" "정당에서 저 정도 말은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 는 반응이었다.

동교동계 한 의원은 "자민련이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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