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퓨전 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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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퓨전' 이라는 단어는 이제 젊은이들의 화두다. 고급스러우면서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단어다.

때를 맞춰 퓨전푸드가 국내에 등장한 것도 한가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양한 욕구를 한꺼번에 충족하고 싶은 신세대의 취향에서 비롯 됐다.

즉, 이태리.프랑스 음식을 먹더래도 전문적인 맛을 음미하면서 다양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전문점이 바로 퓨전푸드.

유행과 감각을 선도하는 청담동.압구정동 일대에 이같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퓨전 레스토랑이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97년 3월. 신로데오거리 남쪽 청담동에 '와사비비스트로' 가 처음 등장하면서 퓨전음식이 급격히 주택가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 점포의 이금란 (李錦蘭.47) 사장은 하와이에서 6년간 머물다 일식과 경양식이 혼합된 '와사비비스트로' 의 한국 체인점을 구상했다. 그래도 로얄티는 전혀 없다. 이곳의 유명세 덕분에 하와이본점이 반대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

어설픈 한국화 (化) 보다는 철저히 정통 퓨전 음식스타일을 고집하는 편. 대체로 일식이 위주라 깔끔하고 담백하다. 청담동의 상권을 형성하게 된 기폭제로 작용했다.

또 구찌와 에스까다 사이 골목으로 올라가면 오른편에 묵직한 놋쇠 손잡이가 달린 현관문과 만난다. 이탈리안 퓨전레스토랑 '링' .쇠고기.부추.두부 등으로 만든 만두에 느끼하지 않은 크림 김치소스를 깔고 대추와 치즈을 얹은 물 (Muul) 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된장.고추장.참기름 소스 등 한국적 입맛을 고려한 것이 인기 비결이라는 평이다.

특히 퓨전푸드는 신세대 연예인들도 많이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더 화제다. 웬만한 젊은 연예인들은 저녁나절 이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다는 것이 이곳 상인들의 귀띔이다.

고급의상점이 즐비한 부띠끄거리와 어울려 청담동을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밖에 ▶랍스타 스타게티가 유명한 퓨전레스토랑인 시츄러스 ▶비프텐더 전문의 파독클럽 등이 이곳에 몰려 있다.

이밖에 압구정동 중심 블록의 골목길을 따라가면 도산공원 뒤쪽에 8층짜리 흰색 건물을 보게 된다. 이건물 7.8층에 자리잡은 '라인클럽' 이 퓨전푸드의 또다른 원조다. 주방장 정일권씨가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하와이 등에서 다국적 사람들을 상대로 인기있는 퓨전음식을 토착화시켜 한국적 퓨전음식을 내놓았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돼지' (탕수육). '구이전선 이상없다' (돼지고기) 등 장난기 어린 이름에 서양식 소스와 매콤한 양념을 적절히 혼합해 까다로운 신세대의 혀끝을 자극시켰다. 가격은 1만원에서 1만5천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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