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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항공, 보잉社상대 7억5,000만불 손배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가.' 현대우주항공이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를 상대로 7억5천만달러 (약 8천8백억원) 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청구금액이 한.미간 민사분쟁 사상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데다 국내 항공업계 통합법인 설립 문제와도 걸려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사실은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지도 1면 주요 기사로 다루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우주항공은 8일 보잉사가 1백인승 B717 - 200기의 주날개 납품계약을 파기하려고 함에 따라 지난 6일 (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현대 관계자는 "아직 공식 계약파기 통보를 받지는 않았지만 보잉사가 의도적으로 자회사인 캐나다 보잉 토론토사에 주날개 납품을 발주하는 등 현대를 주공급자로 지정한 계약을 위반해 소송을 내게 됐다" 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현대기 지난 96년 맥도널 더글라스사와 이 비행기의 주날개 납품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이듬해 보잉에 합병됐다.

현대측은 곧바로 공장건립에 들어가 6천억원을 투입, 지난해 5월 충남서산에 주날개 조립공장을 세운뒤 주날개를 생산, 납품을 해왔다. 보잉사로부터 날개 한 쌍당 1백50만달러를 받아왔다. 정상적인 가격보다 낮은 것이지만 '현대가 항공기 산업 진출을 위해 다소간의 불이익을 감수했다' 는 것.

물론 이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현대가 미 법원에 낸 소장에서 '보잉사는 3년동안 날개 설계에 있어서 납득하기 어려운 4천건 이상의 변경을 요구했다. 또 보잉사측이 주날개에 들어가는 부품공급을 지연시켜 현대측 납기 능력에 차질을 빚게 했다' 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보잉사가 현대와의 주공급자 계약을 어기면서 지난해 캐나다 자회사에 50쌍의 주날개를 주문, 현대가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 현대는 그러나 부품공급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생산.공급은 진행하면서 소송에 대응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보잉 한국지사장 프레드 하워드씨는 "보도된 내용 외에 코멘트 할 것이 없다" 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승소여부와 기간이 얼마나 걸릴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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