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돋보기] 천안시 자가통신망 ‘기우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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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빚고 있는 천안시의 자가 통신망 사업이 결국 법정에 섰다.

25일 대전지법 천안지원 6호 법정(재판장 이승훈 지원장)에서는 LG데이콤이 천안시를 상대로 낸 ‘우선협상자 지위확인 가처분신청’에 대한 첫 심문이 열렸다.

LG데이콤 측은 “천안시가 일방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취소했다”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반면 천안시 측은 “LG데이콤이 제출한 제안설명서에 허위내용 기재 등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에 지위 취소는 정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천안시가 문제 삼는 LG데이콤의 제안 내용을 보면 크게 3가지다. ▶장비규격문제 ▶광케이블 구축계획 부실문제 ▶무상하자보증기간 기재 오류 등이다.

시는 지난 5월 조달입찰에 들어가 LG데이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입찰 참여 업체 측이 LG데이콤 제안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와 한국정보통신학회에 자문평가를 의뢰하기에 이른다.

의뢰결과 LG데이콤이 제출한 제안서 내용에 허위·과장 표현이 들어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업체 측과 기술협상을 벌이던 천안시는 조달청에 우선협상대상자 취소를 통보했다.

그러나 LG데이콤 측의 말을 들어 보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시는)평가위원회를 거쳐 조달입찰을 진행했고,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다. 시가 문제 삼는 부분은 기술협상 과정에서 대부분 서로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다. 지난 7월 기술협상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았는데 갑자기 민원을 이유로 자격을 박탈했다. 입찰과정에서 외부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LG데이콤 관계자는 “시가 문제 삼는 부분은 기술협상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용이 가능한 것들이었다. 시가 오·탈 자까지 문제 삼아 일방적으로 우선협상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천안시와 LG데이콤의 추가 소명·반박 자료가 준비되는 2주 뒤 2차 심문을 열기로 했다. 천안시가 ‘평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제출한 입찰 참가(탈락) 업체의 민원을 받아들여 LG데이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한 것이 정당했는지는 재판부의 판단에 맡겨졌다. LG데이콤 제안서 유출의혹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라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한편 천안시는 28억30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2010년 4월까지 천안시 본청과 사업소, 구청, 읍·면사무소, 동 주민센터 등을 연결하는 자가 통신망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자가 통신망은 자체적으로 통신시설을 구축하는 것으로 주로 행정기관에서 통신업체 회선을 임대하지 않고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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