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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실타래 어떻게 푸나] 전문가 8人에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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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출연과 법정관리 신청으로 해결 수순을 밟는듯했던 삼성자동차 문제가 다시 꼬여들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정리하는 등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에 부산지역 민심과 지역경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자동차의 부채 해결과 손실분담 방안, 삼성차 부산공장의 존속 문제 등에 대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다.

[좌승희 한경연 원장]

삼성자동차 해법은 보다 포괄적인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정부가 삼성자동차의 재가동 여부와 인수자 문제 등 세세한 부문까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삼성차 문제 해결을 공장 재가동 여부에만 기대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결론적으로 부산 경제 회생이 문제 해결의 핵심인 만큼 정부는 재정 지원과 장기적인 지역경제 발전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실 부산에는 항만 확충.국제금융센터 건립 등 그동안 미뤄져온 발전계획들이 많은 만큼 이 사업들을 국회 등과 협의해 조속히 실행해 손실을 보전해주고 비전을 제시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부채 문제는 사업을 시작한 삼성은 물론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허가를 내준 정부, 위험성도 감안않고 과도하게 돈을 빌려준 채권단 등 3자 모두가 적정히 분담해야 한다.

무엇보다 삼성차의 채권단이 보다 주도적으로 부채 문제 해결과 인수자 물색에 나서야 한다. 대안을 모색하지 않은 채 채권단이 안게될 부채의 손실 보전에만 급급한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박인호 부산외대 교수]

삼성차는 부산 경제를 위해 잘 태어난 기업이다. 부산 경제의 희생은 산업연관 효과로 볼 때 자동차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자동차 생산을 맡길 수 없다. 법정관리는 취소되어야 하며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 4백만 시민이 유치한 삼성차는 부산 시민의 자존심이며, 애초부터 빅딜 대상이 아니었다.

몇 가지 해법을 짚어 둔다. 첫째, 삼성 빅딜이 무효된 이상 원상 회복되어야 한다. 이제 24만대 생산시설을 가동시켜야 한다. 삼성이 다시 적극적 의지를 가져야 한다.

둘째, 청산을 전제로 한 법정관리는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 내용은 고사하고 부산시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고 있다.

셋째, 지금 이 순간도 2천여개의 삼성차 협력업체가 죽어가고 있다. 자금지원 및 금융대출 만기연장과 우대금리 적용이 시급하다.

넷째, 정부의 혼란된 의견과 시시각각 변하는 입장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끝으로 정부의 부산 자동차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현재 신호공단은 1백만평이다. 국가적인 자동차생산 및 수출기지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운찬 서울대교수]

삼성자동차 부채는 사업을 시작하고 경영권을 독점해온 이건희 (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은행도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점만 믿고 삼성차에 덮어놓고 대출해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만 삼성차에 대출을 많이 해준 은행들은 부실이 쌓일대로 쌓여 국민 세금으로 겨우 정상화시켜 놓은 곳들인데, 삼성차 부채 때문에 다시 위태로워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은행은 심각한 타격을 입지 않는 범위 안에서 책임 분담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삼성차 부산공장의 처리는 독자 회생 가능성 여부로 판단해야지 정치적 계산이 들어가선 안된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부산지역 민심 때문에 계속 끌고 가서는 안된다. 부산지역 경제는 삼성차가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다른 업종이나 기업을 유치해 부양하는 게 옳다.

따라서 삼성차가 독자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면 국내외에 공개매각을 하든지 그것도 안되면 설비라도 뜯어서 팔아야 한다. 그래야 채권단이 살고 한국 경제가 산다. 어차피 개혁이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과감한 조치를 취해 이를 밀고 나가야 한다.

[존스 주한美상의 회장]

먼저 부채 처리 문제는 당초대로 이건희 (李健熙) 삼성 회장이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만일 삼성차 부채를 삼성 계열사에 떠넘기려 한다면 외국인.일반 주주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칠이며 외국인 투자와 국가 신인도에도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

채권단도 합리적인 평가없이 무책임하게 많은 돈을 빌려준 책임이 크므로 부채를 분담해야 한다. 다만 채권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부채 분담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포함, 금융시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더 큰 혼란' 이 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이긴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삼성차 공장 처리 문제는 경제성 여부를 떠나 일단 지역 경제 붕괴 등 최악의 상황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재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 자동차산업의 과잉 설비 문제 해소를 감안한다면 미.일 등 외국기업에 공장을 매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차선책으론 대우가 인수해 국내 자동차 시장을 2원화 시켜나가는 방법, 또는 공장 설비 처분후 새로운 공단을 조성, 부산 지역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실장]

삼성차는 재벌총수의 잘못된 개인판단에 의해 현재의 부실이 일어났다. 따라서 삼성차 부채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건희 (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이 모두 떠안는게 옳다고 본다.

채권단이 빚을 분담하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셈이 된다. 삼성측도 밝혔듯이 '기업의 부채를 국민세금으로 전가하는 것은 기업의 도리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다.

또 삼성 계열사에 분담시키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소액주주들의 대표소송이 불가피하다. 참여연대는 계열사가 부채를 떠안을 경우 즉각 임원을 상대로 배상책임소송에 들어갈 것이다. 따라서 李회장이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외에 다른 재산을 내놓고 해결해야 한다.

예컨대 비상장사인 에버랜드 등을 매각해 삼성차 빚을 청산하는 방법도 있지 않겠는가. 부산 공장을 계속 가동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제3자 매각후 인수회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그게 경제논리에 맞는다.

인수자가 채산성을 따져 삼성차를 생산할 수도, 안할 수도 있다. 정부가 나서서 무조건 돌려라, 마라 하는 것은 경제논리에 맞지 않는다. 제3자 매각이 어려울 경우에는 결국 시장원리에 따라 청산시켜야 한다.

[지성철 LG증권 조사역]

다른 대안이 없다면 이건희 (李健熙) 회장이 내놓은 삼성생명 주식 4백만주로 삼성차 부채를 처리하는게 옳다.

李회장의 사재출연은 시장논리를 깨면서까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본다. 결국 삼성생명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상장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이보다 좋은 방안을 찾기 힘들다.

채권단이 지급보증을 받은 게 없어 삼성측에 상환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삼성이 자동차 부채를 책임질 법적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삼성이 그룹 명예를 생각해 부채를 안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질질 끌면 기아자동차처럼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결국 국민세금만 더 들게 된다.

부산공장은 원칙적으로 보면 퇴출시켜야 한다. 빅딜논의후 언제 생산 중단될지 모른다는 인식이 번져 이미지가 나빠졌기때문에 내수시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공장을 돌릴수록 빚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부산공장을 계속 가동해야한다는 논리는 정답을 굳이 피해가는 꼴이다. 물론 정치적으론 큰 부담이다. 그러나 팔데가 있으면 팔되 없다면 청산하는게 정답이다. 이익은 커녕 손해만 보는 회사는 정리해야한다, 그게 경제논리다.

[최공필 금융연위원]

삼성자동차 문제는 질질 끌면 끌수록 손실이 커진다. 삼성의 대주주는 '결자해지 (結者解之)' 차원에서 대국적으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주식회사 제도에서 대주주의 경우 법적으로는 출자한 자본 만큼의 책임이 있으므로 부채에 대한 책임도 1차적으로 채권단이 지게 된다.

하지만 채권단이 삼성에 대한 신용을 바탕으로 삼성자동차에 여신을 제공한 것이므로 변제능력이 충분한 대주주에게도 부채 상환의 책임이 있다.

부채 처리방향은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총수를 포함한 삼성차 주주들이 손실을 보전하고 청산 및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삼성생명의 상장 문제는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확실히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허용되어야 한다.

한편 전세계적인 자동차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다른 업체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아까운 재산이 헐값에 팔리는 문제를 아쉬워 하기 전에 손실은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장 설비의 전환 여부는 전적으로 새로운 인수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

[에드워드 캠벨해리스 쟈딘플레밍 서울지점장]

그동안 대우와의 사업맞교환 등 논란을 거듭했지만 이번에 제시된 삼성자동차 처리법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

삼성자동차의 가장 좋은 처리방법은 삼성자동차를 만들어 출범시킨 책임이 있는 이건희회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회장은 자신의 책임에 따라 2조8천억원을 사재로 출연하고 이 돈은 삼성차 부채해결에 그대로 쓰여야 한다. 남게 되는 부채가 있다면 출연처가 되는 삼성생명에서 이 부채들을 떠 안아야 한다.

왜냐하면 삼성생명은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로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시장에 대한 충격을 가장 적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삼성자동차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누군가가 공장에 대한 손해를 끌어안고 계속 가동시키는 것이 결코 주식시장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반응할 것이다. 청산되는 회사라면 분명하게 가동을 멈춰야 하는 것이다.

삼성자동차 공장의 나머지 부분은 공개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빠르게 처분되야 한다. 공장을 인수하는 것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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