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법정관리는 부산의 법정관리'부산시민들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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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법정관리를 통한 삼성자동차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부산시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정부가 빅딜을 내세워 삼성자동차를 공중분해시켜 결국 부산 경제를 죽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부산시민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삼성자동차는 삼성에 의해 재가동돼 부산 경제를 살리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와 삼성자동차 협력업체 등은 7일 오후 6시 부산역 광장에서 '삼성차 살리기, 김대중정권 규탄 및 삼성제품 불매운동 발대식' 을 갖고 부산경제 회생을 위한 부산시민의 의지를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자동차 문제와 관련한 부산시민들의 분노는 6일 오후 한나라당 삼성자동차 대책위원회 현장 조사단과의 대책회의에서도 적나라하게 터져나왔다.

부산경제가꾸기 시민연대 김정각 (金正覺) 공동의장은 "삼성차 빅딜은 부산을 죽이기 위한 정치적.정권적 논리에 의해 진행된 실패작" 이라며 "이제 삼성자동차를 원위치로 돌려 놓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시민연대 서세욱 (徐世旭) 사무처장은 "인수할 능력이 없는 대우가 삼성차를 가져 간다고 공장이 정상가동되겠느냐" 며 "삼성차 부산 유치에 앞장선 한나라당이 삼성차를 살리는 것도 책임져야 한다" 며 정치권을 공박했다.

박인호 (朴仁鎬)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삼성차 법정관리는 곧 부산의 법정관리며, 법정관리되는 부산시민의 마음 상태로는 붕괴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없다" 고 말했다.

朴교수는 또 "삼성차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며 정책의 일관성을 촉구했다.

삼성자동차 부품협력업체 생존대책위 고명길 (高明吉) 위원은 "삼성자동차를 그대로 두었으면 올해엔 손익분기점인 15만대 생산이 가능했을 텐데 공연히 빅딜을 추진해 부품협력업체와 부산 경제를 죽이고 있다" 고 정부의 빅딜추진을 원망했다.

高위원은 또 "삼성자동차 빅딜 발표 이후 부산.경남지역 삼성차 부품협력업체 1천1백여곳이 6개월간 조업을 중단, 4천2백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어 지역 경제가 피폐해졌다" 며 "이제 삼성차가 청산되면 12만여명의 종업원들이 실직하게 된다" 고 주장했다.

高위원은 "삼성자동차를 다른 회사가 인수해 새 차종을 개발하려면 최소한 3년이 걸리므로 이 기간 중 삼성자동차 공장은 물론 부품업체도 가동을 못하게 된다" 며 "따라서 삼성자동차 공장에서는 삼성에 의해 SM5가 계속 생산돼야 한다" 고 덧붙였다.

부산경제계는 삼성자동차 공장이 폐쇄되면 연간 3조8천억원 상당의 생산액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부산지역 제조업계 연간 생산총액 18조원의 17.2%에 해당된다.

결국 부산 경제계와 시민단체들은 삼성차 청산을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의 참사' 로 인식, 삼성차 문제를 삼성에 맡겨 지역경제를 회생시키자는 쪽으로 가닥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부산 =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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