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자칼' 칼럼니스트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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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프랑스 교도소에 수감 중인 악명 높은 공산 테러분자 '자칼' 이 칼럼니스트로 변신해 관심을 끌고 있다.

'자칼' 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70년대 중반의 전설적 테러분자 일리치 카를로스 (49)가 최근 고향땅 베네수엘라의 한 주간지에 칼럼을 매주 기고키로 한 것.

카를로스는 75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 중이던 석유수출국기구 (OPEC) 회담장을 점거, 석유장관들을 인질로 잡고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의 석방 등을 요구하다 몸값 5천만달러를 챙겨 유유히 사라졌던 인물.

하지만 94년 수단에서 프랑스 경찰에 체포, 압송돼 납치.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지난 5월부터 라라존이라는 이름의 주간지에 '라바스티야' (바스티유 감옥의 스페인식 표기) 라는 제목으로 실리기 시작한 그의 칼럼은 '서구제국주의' 에 대한 증오로 가득차 있다.

첫회분은 게재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공습을 받고 있던 유고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나토에 대한 비난으로 채웠다.

최근에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논객 프랜시스 후쿠아먀에게 '제국주의자' 라며 격렬한 비난을 퍼부었다. 그의 칼럼이 베네수엘라의 좌파 인사 사이에서 인기를 끌자 그의 형제 레닌 (47) 과 블라디미르 (40) 는 프랑스가 그를 불법 납치했다고 주장하며 좌익 정당들과 함께 석방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좌익 변호사였던 카를로스의 부친은 러시아 혁명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의 전체 이름에서 하나씩 따와 아들들의 이름을 지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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