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장애인 보행권 확보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돼 예산만 낭비한 전시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 따라 지난해 초부터 올 4월까지 덕수궁~세종문화회관~정부종합청사에 이르는 1.2㎞구간을 '장애인 통행개선 시범사업 지역' 으로 선정하고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그러나 시범사업 지역에는 차도로 향하는 점자블록.무단횡단이 불가피한 횡단보도 등 곳곳에 위험이 산재해있다.
◇ 졸속 정비사업 = 안전을 위해 설치한 점자블록이 오히려 장애인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광화문 빌딩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세종문화회관으로 가다보면 점자블록의 방향이 보도가 아닌 세종로 차도로 향하도록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블록이 이어진 방향으로 갈 경우 함정에 빠지는 셈이다.
서울시가 왕복 10차선 새문안길에 8천3백만원을 들여 설치한 횡단보도도 장애인 편의는 안중에 없다.
장애인이 교통신호가 설치된 교통섬까지 가기 위해서는 신호가 없는 9m 차도를 무단횡단해야하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웬만한 횡단보도에는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조차 이곳에는 갖춰져 있지 않다.
점자블록의 경우 일직선으로만 설치돼 있을 뿐 버스나 택시승강장.인근 건물과의 연결은 전혀 돼 있지 않다.
지체장애 1급으로 두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김명주 (32) 씨는 "버스나 택시를 타거나 건물에 들르는 등의 행동은 하지말라는 얘기" 라며 목청을 높였다.
시범구간 내의 지하철 역이나 지하차도는 장애인 사각지대다.
바퀴의자가 다닐 수 있도록 입구의 턱 (경계석) 을 낮추지 않았고 휠체어 리프트나 비상벨도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 편의시설 미비 = 관련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장애인용 화장실은 단 한곳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용 공중전화도 1.2㎞ 구간에 단 한곳 뿐이고 그나마도 1.5m높이에 설치돼 있어 바퀴의자에 탄 채로 이용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장애인 편의 촉진모임의 전정옥 사무국장은 "시범사업이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오죽하겠느냐" 며 "장애인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불편한지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진행하는 사업은 예산만 낭비하게 마련" 이라고 주장했다.
김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