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파 크로거] 박세리 극적우승…대회 2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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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연장 첫 홀 박세리의 4m 버디퍼팅이 홀컵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러나 박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터진 뒤에야 혼자 버디를 잡은 사실을 안 박은 그린 위에서 펄쩍펄쩍 뛰며 극적인 우승을 기뻐했다.

박세리가 지난 4일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바니아 메도우스 골프코스 (파71)에서 끝난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에서 합계 8언더파 2백76타를 기록, 캐리 웹 (호주) 등 5명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대회 2연패와 함께 올시즌 2승째를 따냈다.

이날 승부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다. 3라운드까지 8언더파로 샤니 워 (호주).제니 리드백 (페루) 과 공동 선두를 달려 이날 마지막 조로 출발한 박은 15번홀까지 1오버파로 부진, 합계 7언더파로 우승은 멀어진 듯 보였다.

3라운드까지 6언더파를 기록했던 카린 코흐 (스웨덴) 가 17번홀까지 버디 4개를 잡아내며 합계 10언더파로 무려 3타나 앞섰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캐리 웹 등 적어도 4명은 8언더파로 경기를 끝냈거나 마칠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세리가 16번홀 경기를 시작할 때 신의 장난이 시작됐다. 왼쪽으로 굽은 '도그레그' 홀인 18번홀 (파5.5백32야드) .보기만 범해도 우승이 가능했던 코흐의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숲으로 날아갔다.

당황한 코흐의 두번째, 세번째 샷이 나무에 맞았고 간신히 페어웨이로 빠져 나와 날린 네번째 샷은 그린을 넘어갔다. 칩샷 마저 그린주변에 걸려 5온 투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했다.

반면 박은 16번홀에서 세컨드샷을 9번 아이언으로 홀컵 1.2m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코흐.웹.켈리 퀴니.마디 런.셰리 슈타인하우어와 동타를 이뤄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LPGA사상 최초로 6명이 함께 벌인 플레이오프 (18번홀.파5.5백32야드)에서 박은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3타만에 온그린시켰으나 혼자 4m짜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상금 13만5천달러 (약 1억5천5백만원) 를 챙겼다.

한편 김미현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1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7언더파로 공동 7위를 차지했다.

성백유 기자

[박세리 일문일답]

- 6명이나 플레이오프를 펼쳐 부담되지 않았나.

"연장 첫홀 버디 퍼팅은 지난해 우승 당시 퍼팅 위치와 비슷해 도움이 됐다. 당시는 퍼팅이 짧았는데 이번에는 브레이크를 제대로 읽고 알맞게 쳤다. "

-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고도 기뻐하지 않던데.

"솔직히 긴장했던 탓인지 나 혼자 버디를 잡았는지 몰랐다. 다음 퍼팅 차례가 누구인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

- 코흐가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사실을 언제 알았나.

"17번 홀을 끝냈을 때였다. 18번홀에서 이글을 잡지 않으면 우승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스코어보드를 쳐다보니 10언더파 선수가 없었다. 때문에 18번홀에서 무리하지 않았다. "

- 오늘 컨디션은 어땠나.

"감기 기운에다 두통이 있었다. 대회 2연패가 욕심이 나서 최선을 다했다. "

- 지난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난해는 뭐가 뭔지 모르고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올해는 내 자신을 믿고 플레이한다. 정신력도 강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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