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역사 르 피가로도 판형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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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와 같은 베를리너판으로 바뀐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의 지난 21일자 1면. 르 피가로 측은 “독자 친화적인 입장에서, 세계 표준 사이즈를 도입한 신문의 진화”라고 설명했다.

140년 역사의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가 판형을 베를리너판으로 바꿨다. 21일 새롭게 선보인 르 피가로는 기존 신문보다 세로 3㎝, 가로 1㎝ 줄었다. 중앙일보와 같은 크기다. 르 피가로는 판형을 바꾸기 위해 윤전기를 교체했으며, 이와 함께 전면 컬러 인쇄 등 지면 혁신에 나섰다.

르 피가로 측은 “독자들이 편안하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도록 베를리너판을 도입했다”며 “베를리너판은 2개 면을 펼치는 등 다양한 편집을 활용할 수 있고, 독자들이 기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형 그래픽 등을 쓰기 좋다”고 밝혔다. 이 신문 관계자는 “베를리너판 도입은 독자 친화적인 입장에서, 공인된 세계 표준 사이즈를 도입한 신문의 진화(evolution)”라고 설명했다.

르 피가로는 프랑스 일간지 가운데 가장 많은 유가 부수(31만5000부)를 발행한다. 영향력에서도 중도 좌파 성격의 르 몽드와 함께 최고로 평가받는다. 르 피가로의 이번 베를리너판 전환으로 르 몽드·레제코·라 트리뷴 등 프랑스 유력 언론은 모두 베를리너판 체제를 갖추게 됐다.

르 피가로의 프레데리크 카스그랭 편집인은 3월 중앙일보가 베를리너 판형을 도입할 당시 본사에 축하 편지를 보냈다. 그는 편지에서 “신문은 사회 흐름을 꾸준히 따라잡고 이를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베를리너판으로의 전환은 그 노력의 하나”라고 평가한 바 있다.

르 피가로 측은 베를리너판 도입 취지를 이니셜 3P로 설명했다. 고품격(Prestige)을 유지하면서, 독자들에게 정보 전달(Pedagogie)을 제대로 하고, 읽는 재미(Plaisir)도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은 베를리너판을 도입함으로써 유력지로서의 틀을 갖추는 동시에 베를리너판만의 편집상 장점을 잘 살리겠다는 것이다.

르 피가로는 디자인의 변화를 통해 특히 젊은 층 독자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 신문이라면 으레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이라고 여기는 인터넷 사용자들과 신문의 거리감을 크게 줄인 것이다.

아르노 로디에 편집 부국장은 “베를리너판 전환을 통해 젊은 인터넷 세대부터 기존 독자층까지 모든 세대가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젊고 똑똑한 신문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경제지 레제코의 니콜라 바레 수석 부국장은 “신문 시장에서 르 피가로의 판형 변화 시도는 큰 성공으로 나타났다”며 “세계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베를리너판 도입과 전면 컬러화 등은 독자 친화적인 서비스의 한 단계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한 네티즌(아이디 Titine)은 “이전보다 신문을 펴고 접기가 좋아 편리하다. 지면이 시원스럽고 컬러풀해져 보기에도 한결 좋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판형 전환 후 대형 그래픽을 곁들여 어려운 사회 이슈를 쉽게 풀어가는 기사를 많이 싣고 있다. 미국 이슬람계 정치성향 분석과 최근 정치 쟁점화되고 있는 클리어스트림 스캔들 해설기사 등이 그 예다.

한편 르 피가로는 2010년부터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유료화하기로 했다. 르 몽드와 레제코 리베라시옹 등은 과거 기사 검색을 유료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 뉴스 검색 사이트 1위는 구글이나 야후가 아닌 르 피가로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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