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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4 구상하던 프랑스 … ‘한국 유치’ 물 건너갈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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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피츠버그 컨벤션센터에서 20개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손을 흔들며 퇴장하고 있다. 사진 촬영엔 각국 정상 이외에 스트로스 칸 IMF 총재 등 32명이 참석했다. [피츠버그=조문규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피츠버그에서 돌아오는 아시아나항공 특별기 내에서 “이번엔 정말 긴장했다.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돌아온 기분”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엎치락 뒤치락, 한시도 방심할 수 없었던 G20 한국 유치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G20 회의는 각국의 정치상황에, 대륙 간 알력에, 국제사회에서의 주도권 다툼까지 겹쳐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안심할 수 없던 드라마였다. 유치 성공까지 크고 작은 산들이 많았지만 가장 큰 고비가 찾아온 것은 지난 8월 말이었다.

◆제1막, 미국의 핵 정상회의 돌출=2010년 한국 개최의 큰 가닥은 지난 4월 제2차 런던회의 때 이미 잡혔었다. 당시 제3차 회의 개최지를 놓고 일본과 호주가 경합하다 결국 미국 피츠버그로 결정됐고,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2010년엔 한국이 개최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만 해도 ‘2010년 4월 한국 개최’가 유력했고, 이 시나리오대로 몇 개월이 흘러갔다. 8월 말 터진 돌출변수는 핵 없는 세상을 추진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내년 4월 미국에서 열려고 하는 핵 정상회의였다. 2010년 4월 미국에서 대규모 정상회의가 열리는 상황에서 4월 G20 한국 개최를 고수하긴 어려웠다. 심지어 미국 측 실무자는 “한국이 2010년에 꼭 개최를 해야겠느냐”고 우리 측에 물어 우리 협상단이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4월 개최를 고집했다간 자칫 회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후 미국 등과의 협의를 통해 4월 미국의 핵 정상회의, 6월 캐나다의 G8 회의를 피해 11월께 한국에서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2009년 9월 피츠버그에서 회의를 연 뒤 2010년 11월까지 1년여 넘게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G20 위상이 급전직하할 수 있다는 반대가 신흥국들에서 나왔다. 그래서 2010년 6월 G8이 열리는 캐나다에서 G20을 간이로 개최하는 안으로 실무급에선 의견이 모아졌다. ‘2010년 6월 캐나다, 2010년 11월 한국’이란 대체적인 그림이 나왔지만 20일 이 대통령이 뉴욕행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문제는 프랑스였다.

◆제2막, 프랑스의 반대를 주저앉혀라=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G20 체제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그 선봉에 섰다.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을 지른 사람이 어떻게 소방수 역할을 하느냐”며 미국 중심의 G20 체제에 불만을 쏟아냈다. 프랑스는 G8에 유럽 국가들을 다수 참여시키는 G14 회의를 구상하고 있었다. G14 회의가 현실화되면 한국은 참여가 어려운 처지였다. 프랑스가 계속 우기면 ‘G20 개최 한국 유치’가 물 건너갈 뿐만 아니라 G20이 아예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영국이 중재자로 나섰다. 프랑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선 프랑스에 G20의 중심 역할을 맡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 2011년 G20 회의를 프랑스에 개최토록 하자는 묘안을 영국이 낸 것이다.

◆24일 밤에야 개최국 확정=‘프랑스의 2011년 개최’는 사실 프랑스와 유럽을 G20에 묶어 두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멕시코는 피츠버그 회의가 개막된 이후에도 ‘2011년 프랑스 개최’에 반대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계속된 설득에 중국과 멕시코가 반대 입장을 거둬들였다. 이때가 피츠버그 정상회의가 개막된 24일(현지시간) 밤 늦게였다.

20개국 모두의 찬성을 받아낸 뒤인 25일 아침에야 2010년도 개최국인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캐나다의 하퍼 총리가 기자회견장에 설 수 있었다. 두 정상이 우아하게 기자회견장에 서기까지 물밑으론 격렬한 외교전쟁이 펼쳐졌던 것이다.

피츠버그 회의 정상선언문에 “G20이 국제금융협력을 위한 프리미어 포럼(최고 경제 협의체)”이라는 내용이 포함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본은 반대입장이었다.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G20의 국제적 위상이 커지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고 결국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5부 요인 G20 설명회=이 대통령은 28일 낮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한승수 국무총리,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G20 유치를 설명할 예정이다.

 서승욱·최현철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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