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 다시 떴다 … 투자자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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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6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교문사거리 인근 별내쌍용예가 아파트 견본주택. 지난 14일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지만 견본주택 주변은 여전히 시끌하다. 견본주택을 드나드는 사람 손에는 명함 수십 장이 쥐어진다. 견본주택 주변에 파라솔을 친 수십 곳의 떴다방(무허가 이동식중개업소)이나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나온 직원들이 돌린 것이다.

이 아파트 101㎡(전용면적) 9층에 당첨된 장모(41)씨는 떴다방의 제안에 솔깃했다. “계약 전에 웃돈 4500만원을 줄 테니 당첨권을 팔라”는 중개업자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장씨는 “내 돈 한 푼 안 들어간 상황에서 목돈을 만질 수 있다지만 전매제한 기간 중에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요즘 분양시장에 떴다방이 설친다. 이달 분양한 수원 아이파크시티, 남양주 별내쌍용예가 등의 수도권 관심사업지는 물론 경남 거제 힐스테이트, 부산 화명 롯데캐슬 등의 지방 분양현장까지 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별내 모델하우스 앞에서 만난 한 떴다방 업자는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큰 장이 섰다”고 말했다. 요즘 분양시장 분위기가 떴다방이 작업하기 좋게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떴다방이 요즘 부쩍 늘어난 것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크게 완화된 때문이다. 지방은 아예 제한이 없고 수도권 민간 중대형아파트도 계약 후 1년이 지나면 분양권을 사고팔 수 있다. 전매제한 규정을 어기고 불법거래를 하더라도 1년만 지나면 명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매도자나 매수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적은 셈이다.

그러나 떴다방과의 거래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인천 청라지구 인근 경서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 상반기 분양된 청라지구 분양권에 지금 수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있지만 떴다방이 부풀린 거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떴다방 업자가 청약통장 200개를 사들여 청라지구에 청약했는데 이런 분양권은 모두 가수요고 단기간 내에 불법전매를 통해 시장에서 빠져나갈 물량”이라고 덧붙였다. 떴다방이 빠져나간 후 분양권 거품이 사라진 경우는 흔하다. 2006년 떴다방들이 활개친 가운데 분양된 파주 한라비발디 분양권은 계약 전후 최고 1억원의 웃돈이 붙어 불법 거래됐지만 입주 직전에는 분양가 수준의 물량이 쏟아졌다.

함종선·권이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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