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새뚝이] 서울 경원중 전병기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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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승선 - ."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고층아파트 숲속에 자리잡은 경원중학교에서는 10여명이 돛대를 높이 세운 흰색 요트를 놓고 항해연습을 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발해 25' 라고 이름붙여진 이 배는 선장인 수학담당 전병기 (全炳基.40) 교사와 선원인 2, 3학년 학생 10명이 3천여만원을 들여 2년여 동안 목공실에서 직접 건조한 3.05t 짜리 항해용 선박.

길이가 25피트 (약 8m) 인 이 배의 이름을 '발해 25' 라고 붙인 것은 지난해 1월 옛 발해인들의 항로를 따라 러시아에서 뗏목을 타고 일본으로 가다 사망한 대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全교사가 요트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은 지난 95년. 스쿠버다이버이기도 한 그가 도시생활에 찌든 학생들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줄 방법을 생각하다 궁리 끝에 협동심도 함께 키울 수 있는 요트제작으로 결정했다.

요트잡지 등을 뒤져 설계도면을 구한 그는 함께 취미활동을 했던 교사.사업가 친구들의 지원을 받아 97년 7월 작업에 착수했다.

무작정 배를 아는 사람들에게 매달리기를 한달여만에 목공실에서 혼자 나무로 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호기심으로 목공실에 하나 둘 모이게 됐고, 결국 유리섬유를 붙이고 수지를 바르는 등 동업자 (?)가 됐다.

고된 작업에 손등이 터지고 피가 났지만 모두가 힘이 났다.

지난 1월엔 홍콩에 가 국내에 없는 부속품들을 구해오기도 했다.

지난달 완공된 이 배는 조만간 기상을 보아 택일, 서해 오천항에서 진수될 예정인데 항해 훈련을 한 뒤 내년엔 독도까지 갔다 올 계획이다.

全교사는 "학생들에게 뭔가 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다" 며 "배의 완성으로 절반을 이룬 셈이니 항해를 통한 호연지기를 기르는 나머지 절반도 꼭 이뤄내겠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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