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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나의 역사책입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9월이 가고 있습니다. 걷기 좋은 때고 달리기 좋은 때입니다. 다들 사무실에만 계시지 마시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여름에 소진한 기운, 가능하면 운동으로 보충하시기 바랍니다.

“마흔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입니다. 만약 이 명언에 ‘보톡스’라는 단어가 떠오르거나 ‘큰 맘 먹고 명품 한 벌 장만할까’라는 생각이 떠오르신다면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으셨습니다.”

가을이 되면 최고경영자들의 공부가 늘어납니다. 골프 출정 횟수가 늘어나고, 아침저녁으로 스터디 행사도 늘어납니다. 자신의 얼굴에 책의 향기를 더하려는 노력입니다. 감히 첨언하겠습니다. “해결의 방향은 덧붙이는 방향이 아닙니다.”

쇼나 조각(Shona sculpture)이라고 있습니다. 짐바브웨 조각공동체 ‘텡게넨게’가 시작해 현대조각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쇼나 조각의 작업 방법은 특이합니다. 조각하기 전에 먼저 돌과 영적 대화를 합니다. “너는 무엇이 되고 싶니?” 그리고 그 돌이 원하는 바를 조각으로 표현합니다.

가을이라 그런지 매스컴에 전국 맛집 소개가 많습니다. 그 무수한 맛집 중에 화학조미료를 쓴다는 집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맛의 비법은 하나같이 우려내기와 발효시키기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맛과 향을 내는 비법은 재료에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것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왜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를 마흔으로 정했을까요? 그것은 ‘얼굴은 자신의 삶이 기록된 역사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역사책에서 향기가 나오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첫째, 젊음으로 맛을 내지 마십시오. 겉절이는 파릇파릇한 봄동으로 만들어야 맛있습니다. 인생은 40부터! 이 말에 속지 마십시오.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말이지 자신에게 아직 젊음의 맛이 있다고 착각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용기까지 잃지는 마십시오. 젊음은 없지만 역사가 있고 열심히 산 세월이 있습니다. 그리고 봄동은 잘 발효된 간장 없이는 맛있는 겉절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둘째, 자신의 속에 있는 맛을 끌어내십시오. ‘그 사람 참 진국이야!’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국의 특징은 자신의 본질이 우러나는 사람이고 그것이 잘 변치 않는 사람입니다. 아무리 세월과 정성을 쏟아도 콩으로 치즈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자꾸 자신에게 없는 치즈의 맛에 기웃거리지 마시고 자신이 본래 김치라면 잘 숙성된 김치의 맛을 이끌어내십시오.

셋째,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과 대화를 하십시오. “너는 무엇이니?” 자신의 역사책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줄 것입니다. 그리고 조각하십시오. 자신의 얼굴이 원하는 대로 역사의 본질이 잘 드러나도록 불필요한 것을 떼어 내십시오. 가능하면 피부를 정리하기보다 개념을 정리하십시오. 역사를 정리하십시오. 하지만 조심하실 일이 있습니다. 역사책을 다듬는 것은 좋으나 역사를 조작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역사를 조작이 아니라 조각을 하고 나면 그 역사책에서는 향기가 납니다.

영화배우 중에 오드리 헵번이란 분이 계셨습니다. 마흔 이후 자신의 얼굴을 책임진 대표적인 분이셨습니다. 나이를 먹어 주름진 얼굴에 보톡스나 칼을 들이댄 것이 아니라 곱게 늙은 얼굴 그대로 아프리카에 가서 어린이들을 돌보았습니다. 그를 좋아했던 저는 다음과 같은 카피를 썼습니다. “우리가 정말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을 만난 것은 ‘로마의 휴일’에서가 아니라 아프리카에서였습니다.”

가을입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싱싱한 젊음들이 여러분의 얼굴에서 향기를 맡고 여러분의 역사를 읽기 위해 여러분에게 접근하는 그런 행복이 있길 기원합니다.

송치복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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