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부른 '뒷돈거래'…어린목숨 담보로 덤핑-사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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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원생들이 낸 수련회비의 20~30%는 사례금 및 운영비 명목으로 원장 등 유치원측에 되돌려주는 게 업계의 관행입니다. " 어린이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검은 돈 수수관행이 결국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천진난만한 어린 목숨들을 한꺼번에 앗아갔다.

당국의 관리감독 부재, 업자.교사들의 안전의식 미비 등이 씨랜드 청소년 수련의 집 참사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수련시설 업자와 유치원 사이의 금품수수 관행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대부분의 유치원이 금품 제공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심지어 먼저 요구하거나 액수를 놓고 흥정하는 이들도 있어요. "

1일 취재진과 만난 경기도의 한 청소년 수련시설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고는 이 장사를 할 수 없다" 며 "이번 사고는 결국 유치원과 수련시설 업자들의 유착이 빚은 사고" 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치원과 업자 사이에 리베이트가 오가는 것은 무엇보다 청소년 수련시설들의 치열한 유치경쟁 때문. 현재 전국에 공식 등록된 청소년 수련시설은 모두 4백80여곳이지만 무허가 불법업소까지 포함하면 그 두배에 가깝다는 게 업자들의 말이다.

유치원생들의 캠프는 여름철에 집중돼 '한철 대목' 을 노린 업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과 가까운 경기도 일대의 수련원들은 여름 캠프철이 다가오면 한 곳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간다.

서울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이미 5월부터 곳곳의 수련시설 유치 전문 사원, 이벤트 대행업자들이 홍보전단과 선물을 들고 유치원을 돌며 유치전을 벌인다" 며 "이 과정에서 덤핑가를 제시하거나 리베이트를 제안하는 등 떳떳하지 못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고 말했다.

현재 수련원들이 받고 있는 캠프 요금은 1박2일 기준으로 유치원생 한명당 평균 1만~1만5천원선. 이 금액은 전세버스 이용료와 식사비 부담에도 벅찬 금액이다.

게다가 이 가운데 일부를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 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방화.안전시설 등에 투자한다는 것은 애당초 생각 밖의 이야기라는 게 업자들의 말이다.

최재희.배익준.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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