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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구미호' 힘든 연기 꺼려 캐스팅 곤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구미호 연기자를 찾아라. " KBS 드라마국에 비상이 걸렸다. 여름특집 '전설의 고향' 7편으로 기획한 '구미호' 배역선정이 순탄치 않기 때문. 19일 방영분이라 일정은 촉박한데 막바지까지 캐스팅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제작진 고민은 이렇다. 중간급 탤런트는 대부분 사양하고, 신인들은 선뜻 응한다는 것. 하지만 신인을 덥석 수용할 수도 없다. 단막극 특성상 연기력이 검증 안된 신인을 쓰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지난 두 달간 40여명의 연기자를 접촉했지만 반응은 시원찮다.

'구미호' 는 예전만 해도 인기가 높았던 배역. 77년 한혜숙을 필두로 김미숙.선우은숙.차화연 등이 인연을 맺었고 96.97년엔 박상아와 송윤아가 열연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반전됐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힘든 연기를 꺼리는 풍토다. '전설…' 은 심야촬영이 많아 밤잠을 설치게 되고 액션도 많이 들어가는데, 연기자들은 투자만큼 성과가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본다. 이미지 향상에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 더욱이 올해 구미호는 쌍둥이라 1인 2역의 '중노동' 이 요구된다.

둘째, 역시 돈문제다. 드라마 촬영 후 광고출연으로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귀신 연기가 신세대들에게 호소력이 적어 광고주들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요즘 탤런트들은 사극보다 현대극을 좋아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까닭으로 지난달 28일 방영된 '전설…' 의 1편 '신조' 에서도 CF 신인모델 김소희를 1주일간 특별연습시켜 드라마를 완성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렇다고 연기자만을 탓할 수 없는 노릇. 어려운 일을 기피하는 사회 전체 분위기와 함께 연기자 세계도 그만큼 달라진 것이다. "좀 더 모험심이 살아났으면 좋겠는데…. " 전기상 PD의 아쉬움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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