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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성전환 여성골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의학적으로 남성성 (性) 을 지니고 태어나는 여자들이 있는가 하면 여성성을 지니고 태어나는 남자들도 있다고 한다.

앞 부류의 여자들은 태아 시절에 남성 호르몬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에 과다하게 노출됐기 때문이며, 뒷 부류의 남자들은 유전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들에 대한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흥미롭다.

10대 초반에 이른 12명의 '남자 같은 여자아이' 를 검사한 결과 그들은 한결같이 태어날 때부터 음핵이 컸고 남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격렬한 야외놀이와 스포츠를 즐겼다고 한다.

또 같은 또래 17명의 '여자 같은 남자아이' 를 조사한 결과 거의 여성에 가까운 성기와 유방을 지녔으며, 생각과 행동이 여성과 똑같았다고 한다.

연구결과는 이들이 15세를 전후한 시기부터 본래의 성을 되찾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곧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성장기에 일시적으로 반대의 성징 (性徵) 을 보였다 하더라도 사춘기에 접어들면 본래의 성징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성장기의 영향으로 여자는 남자가, 남자는 여자가 되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해서 희망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과학이 더 발전하면 몰라도 아직까지 성전환 수술이 가능한 사람은 극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반대의 성징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이성 (異性) 의 능력까지 함께 지니지는 못한다.

스포츠의 경우를 보면 분명해진다.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여성의 기록이 남성의 기록을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은 정설처럼 돼 있다.

그렇다면 남성성을 지닌 여성 운동선수들은 어떤 경기에서도 남성들과 대등한 기록을 보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여성이기 때문이다.

지금 호주의 스포츠계에서는 7년전 성전환 수술을 받아 남성에서 여성이 된 덴마크 출신의 골퍼가 여자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고 한다 (본지 6월 30일자 35면)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과연 진정한 여성 골퍼로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5년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된 '법적' 남성을 집단 성폭행한 남성들에게 법원이 '강간치상죄' 대신 '강제추행치상죄' 를 적용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호주의 경우 그것이 문제가 된다면 남성성을 지닌 여성 운동선수들은 앞으로 처신이 어려울 터인즉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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