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최영미 '지하철에서,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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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

- 최영미 (39) '지하철에서, 1'

현대 도시사회에서의 인간은 연민보다 모멸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모멸은 차라리 저주나 증오보다 더 그 대상을 무가치하게 만든다.

이 젊은 시는 독극물의 주사와도 같다.

주사를 맞자마자 인간은 벌레가 된다.

카프카의 '변신' 이래 더 불쌍한 도시의 광경인가, 좀 진부한 비애가 필요하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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