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예술의 향기를 머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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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5일 인천아트플랫폼 개관을 기념한 특별사진전 ‘인천 일상의 발견’이 열리고 있는 예술교육관 전경. [인천시 제공]

25일 저녁 인천시 해안동의 ‘인천아트플랫폼’ 광장에서는 30m 크기의 스크린을 활용한 대형 미디어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가수 임태경·송창식을 비롯, 연극배우 박정자·전무송과 대금산조의 명인 이생강, 기타리스트 김광석, 아카펠라그룹 아카시아가 출연해 장르를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였다. ‘다시 개항’을 주제로 한 공연은 아트플랫폼의 개관식을 겸한 행사였다. 문화 불모지로 불리던 ‘항도(港都) 인천’에 문화예술창작단지가 문을 열게 된 것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아트플랫폼은 인천항 주변의 낡은 부두창고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인천항과 차이나타운 사이에 있는 해안동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근대 신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곳이었다. 19세기 후반부터 부두창고와 무역·해운업체들의 사옥이 잇따라 들어섰다. 그러나 인천항 배후의 구도심이 쇠퇴하면서 근대 건축물들도 흉물로 전락해 갔다.

시민들이 아트플랫폼 메인 전시장에서 25일 개막된 국제사진전 ‘다시 개항’을 감상하고 있다.

이에 인천시는 2003년부터 근대 건축물들을 창작 산실로 탈바꿈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1886년에 세워진 일본우선회사의 사옥을 포함해 대한통운 창고(1948년)·대진상사(48년)·삼우인쇄소(42년) 등 모두 13채의 적벽돌 건물이 대상이었다. 7채는 복원작업을 통해 새로 짓고, 6채는 리모델링이나 증개축으로 옛 모습을 되살렸다.

이를 통해 총 223억원을 들인 면적 5600㎡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이 탄생했다. 이곳엔 다양한 크기의 전시장·공연장·예술교육관이 마련됐다.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20∼50㎡ 넓이의 스튜디오·공방 20실과 해외작가·큐레이터를 위한 게스트 하우스 9실도 꾸몄다.

인천아트플랫폼에는 이날 오경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 미술원장, 김영수(사진)·김한수(문학)·김혜란(영상)·강혁(미디어 및 영상) 등 각 장르의 중견 작가 31명이 입주했다. 입주 작가들은 실비만 지불하고 창작품을 전시한다. 최승훈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작가들의 창작 산실 기능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예술활동에 참여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예술품 벼룩시장과 아트페어를 열어 인천의 대표적인 미술시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인천=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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