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중남미 시장을 주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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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남미 경제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오뚝이를 떠올리게 된다.

몇번의 위기를 맞았으나 그때마다 위기를 잘 극복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82년에 경제적 위기를 맞았으나 무난히 극복한 바 있고, 94년 12월에 닥친 위기 때도 국제통화기금 (IMF) 의 긴급구제금융으로 어려운 상황을 넘겼다.

세계 8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브라질도 올해초 금융위기를 맞았으나 IMF의 지원과 내부 개혁을 통해 이를 무난히 극복해 나가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민주주의의 정착으로 사회안정을 회복하고, 개방경제와 구조조정 등 경제개혁을 과감히 추진해 '기회의 땅' 으로 변모됐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는 우리 속담과 같이 중남미는 위기에 대응하는 자생력을 갖게 될 것이다.

중남미 경제는 최근의 금융위기로 성장세가 조금 후퇴하기는 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파리에서 개최된 미주개발은행 (IDB) 연차 총회에서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World Economic Outlook)' 이란 자료에서 나타났듯 99년도 중남미의 국내총생산 (GDP) 성장률은 당초 전망치보다 호전돼 - 0.5%에 그쳤다.

이와 함께 2000년에는 3.5%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됐다.

중남미 지역을 특징지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활발한 지역통합 움직임이다.

이 지역에선 남미공동시장 (MERCOSUR) 등 소지역 통합운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유럽연합 (EU) 등과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특히 2005년까지는 전 미주지역을 포함하는 '미주자유무역협정' (FATT) 을 창설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FATT가 창설되면 인구 약 8억명, GDP규모 10조달러의 세계 최대 단일 경제권을 형성해 중남미는 가장 역동적인 신흥시장으로 등장할 것이다.

지금도 중남미는 우리에게 있어 중요한 협력상대 지역이다.

98년도 교역규모는 1백30억달러 정도로, 67억달러의 흑자를 봐 우리의 경제위기 극복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이와 함께 전자.철강분야는 물론 봉제산업 및 건설분야에서 약 12억달러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또 중남미는 북미시장은 물론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할 가치도 높다.

다만 시장점유율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97년 우리 수출의 중남미시장 점유율은 1.09%, 중남미 수출의 우리 시장 점유율은 2.15%밖에 안된다.

어쨌든 중남미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동시에 더 많은 혜안을 요구하고 있다.

중남미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선 분명한 목표의식을 갖고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가능성들을 현실화해 나가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남미지역을 대체시장 정도로만 여겨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교역은 물론 투자에 있어서도 중남미를 우리의 주력시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남미의 정치.경제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분석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지금까지 구축된 제도적 틀들을 더욱 견실히 하는 한편 협력의 범위를 넓히기 위한 각종 협정을 맺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은 그 의미가 크다.

또 싱가포르정부가 제안한 아시아.유럽정상회의 (ASEM) 와 같은 유형의 '아시아.라틴아메리카 포럼' 이 조속히 가동되는 데 기여해 역동적인 양대 지역간의 협력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중남미는 21세기의 역동적인 신흥시장이 될 것이며 우리에게 도전의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 정부.기업.문화계.학계 등 각 부문이 중남미와의 협력관계 확대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다가오는 21세기에는 한국과 중남미관계가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승화될 것으로 확신한다.

구두회 LG창업고문 겸 한.중남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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