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의 제2금융권 지배를 문제삼고 나온 데는 두가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금융시장에서 제2금융권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2금융권에 대한 대기업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를 맞자 시중자금이 안전한 금융기관을 찾아 대거 움직이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예컨대 전체 투신사 수익증권 수신에서 5대 재벌 계열사의 비중이 96년 3월 5.8%에서 99년 3월에는 31.6%로 껑충 뛰었다.
문제는 이처럼 시중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는 재벌계열 금융기관들이 해당 그룹의 사 (私) 금고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데 있다.
다른 한편으론 최근 지지부진한 재벌개혁을 다그치자는 의도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금리부담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계열사로 시중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실제로 5대 재벌이 부채비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었던 데는 계열 금융기관의 증자참여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게 금융감독위원회의 분석이다.
재벌들이 계열 금융기관을 통해 언제든지 '실탄' 을 동원할 수 있는 한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하자면 '자금줄' 을 끊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증권.투신.보험사 등에 대한 대기업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조치들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