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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새가 왜 일본새인가' 정정요구거부 박시룡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옛날부터 우리 땅에서 사는 새인데 왜 '일본' 이라는 접두사를 붙여야 합니까. 국제 학술계의 잘못된 이런 관행은 고쳐져야 합니다. "

한국교원대 박시룡 (朴是龍) 교수는 최근 한 국제조류학술지 (미국 AUK誌)에 논문을 투고했다가 뜻밖에 황당한 일을 겪고 있다.

이 학술지에서 논문은 실어주겠으나 연구주제인 휘파람새의 이름을 고쳐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朴교수가 97년 휘파람새에 관한 논문를 투고하면서 표현한 이 새의 영문 이름은 '부시 워블러' (Bush Warbler) .그러나 AUK지 편집진은 부시 워블러 앞에 '재퍼니즈' (Japanese) 를 붙여 정정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휘파람새는 한국.만주.일본.동남아 등에 걸쳐 광범위하게 서식하고 있는 새입니다. 나라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영어로는 부시 워블러뿐입니다. 일본사람마저 영어로는 이렇게 부르는데 왜 앞에 '일본' 을 붙여야 합니까."

그는 휘파람새 말고도 따오기. 흑비둘기 .두루미 등 10여종 이상의 조류 영문 이름 앞에 '일본' 이라는 접두사가 붙어 통용되고 있는 사실도 확인했다.

예컨대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는 영어사전에서도 그냥 'Crane' 인데 학술지에서는 'Japanese Crane' 이라는 식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

"논문은 당초 내년에 실리기로 돼있습니다만 이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논문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일본새로 고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이번에 밀리면 국내 다른 조류학자들이 내 땅의 새를 연구하고서도 일본새를 연구한 것처럼 인식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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