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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아산 통합 신중론 VS 대세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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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호서대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시·군 통합과 지역발전 학술회의’ 참석자들은 두 도시의 정서적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조영회 기자]

# 무조건 결혼할 수 있나. 연애부터 해보고 사랑이 싹터야 하는 것이지. 지금의 천안·아산을 둘러봐라. 2003년 ‘역사이름 분쟁’ 이후 두 도시 분위기가 어떤가. 통합 거론에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정서적으로 가까워진 후 논의하자.

#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만히 있는 사이 다른 곳, 특히 수도권 도시들이 통합해 지자체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커가는 걸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22일 호서대 천안캠퍼스에서 열린 ‘시·군 통합과 지역발전 학술회의’(호서대 사회과학연구소-선문대 정부간관계연구소 공동주최)에서 오간 내용을 크게 나눠 봤다. 지방도시들의 화두로 떠오른 지방행정구역 개편(통합), “서둘러선 안된다”는 신중론과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대세론이 맞섰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은 천안·아산의 경우엔 통합 본격 논의에 앞서 두 도시의 감정적 앙금부터 풀어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

이는 최근 천안쪽에서 잇따라 터져나오는 통합 관련 움직임에 시사점을 줬다. 순천향대 윤주명 교수는 “(두 도시 관계를 생각할 때)토론자로 나서는 데 선뜻 응할 수 없었다”며 KTX 역이름 분쟁을 떠올렸다. “그 때를 생각하면 통합과 관련해 어떤 말도 하기 두렵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토론자 여러 명이 비슷한 얘기를 했다.

호서대 나종성 교수는 “기초단체 통합은 1995년 시·군의 도농(都農)통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정부의 일방적 추진을 비판했다. 나 교수가 재미있는 일화를 꺼냈다. 2005년 충남도청 이전지를 천안·아산쪽으로 가져오기위해 두 도시 시장이 만났을 때. 갈등이 얼마나 심했는지 똑같은 배석인원에 회의 장소는 천안·아산 땅이 걸쳐있는 한 음식점으로 했다. 나 교수는 “남북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럴까. 정말 착잡한 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선문대 권경득 교수는 “ 커야만 경쟁력있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두 도시는 통합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치권 및 일부 단체 움직임에 대한 경계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정말 주민들이 바라는 것이 뭔지 양심적으로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정치적,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정말 실익이 되는지 먼저 생각하라” 등.

참석한 시민들 의견도 경청할만 했다.

“천안·아산 주민들은 같은 생활권 주민이다. 시내버스가 오래 전부터 천안-아산을 오갔고, 고교·대학을 오가면서 다녔다. 천안역 가까이 있는 ‘온양나들이’가 그걸 증명한다”(천안시민)

“아산은 천안과 역사적으로 별개의 문화권역에서 살아 왔다. 청주-청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생활권이 같다고 하는 데 요즘 아산·천안에선 서울도 하루 생활권이다. ”(아산시민)

시 의원들의 주장도 들어봤다.

“정부는 통합시에 대한 큰 지원 계획을 세워놨다. 정부는 통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논의 자체를 그만둬선 안된다. 주민들에게 무엇이 이익인지 생각하자.”(이명근 천안시 의원)

“학술회의 자체가 성급했다. 아산은 성장하는 도시인 반면 천안은 이미 성숙한 도시다. 이제 커가는 도시의 성장 과실을 나눠 먹겠다는 생각이냐. 상생발전 방향부터 찾자.”(이기원 아산시 의원)

천안과 아산은 각자 지속적 성장이 가능해, 다른 도시들처럼 통합을 논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백석대 박종권 교수는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천안·아산이 지금껏 누린 성장세가 계속될 수 없다”며 “수도권의 수원(오산·화성), 안양(군포·의왕·과천), 성남(광주·하남)이 주변 도시와 통합하려는 의도를 읽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

천안시의회 ‘통합건의서’ 제출

천안시의회는 23일 충남도에 ‘천안·아산 통합건의서’를 제출했다. 류평위 천안시의회 의장은 이날 오후 이인화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방문, 건의서를 전달했다. 천안시의회는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최근 천안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77.2%가 천안과 아산의 행정구역 통합에 찬성한다고 나왔다. 의회는 앞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본격적인 통합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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