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신문 1906~1910] 특별기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20세기는 프로이트 시대"

금세기 들어 문화.예술.학문은 물론 일상 세계에서까지 프로이트가 끼친 영향은 광범하고 심대하다.

이 거대한 영향의 비밀은 그가 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학문분과의 창시자라는 사실보다는 그의 정신분석, 더 정확히 '무의식' 이론이 근대 서구를 지배해온 데카르트적, 계몽철학적, 혹은 헤겔적 인간관을 뒤엎는 혁명적 전복의 담론이었다는 사실에 있다.

인간을 '의식 주체' 혹은 '이성적 존재' 로 띄워 올린 것이 근대적 인간관이라면 프로이트가 본 인간은 의식 주체도 이성적 존재도 아니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이성도 의식도 아닌 무의식이며 무의식은 '비이성적 욕망의 왕국' 이다.

무의식은 의식되지 않는 것이므로 그 무의식에 지배되는 인간은 '자기 집 (의식)' 의 주인일 수 없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무의식 이론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에 이어 인간의 나르시시즘 (자기도취주의)에 가해진 '세번째 모욕' 이라 말한 일이 있다.

이 모욕은 인간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자기 이미지와 이고 (ego)에 대한 중대한 훼손임과 동시에 인간 지식의 확실성에 대한 심문의 시작이다.

이는 프로이트적 사유와 작업이 어째서 20세기 지성의 특징이 되는지, 그리고 그 프로이트주의가 어째서 실증적 과학주의를 넘어 인문.사회과학과 예술에서 지속적 통찰의 모태가 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의 자기 반영적 성찰이 인문적 담론의 요체라고 할 때 프로이트적 사유는 '인간의 내부성' 에 대한 성찰의 한 절정을 대표하고, 그 절정의 에너지를 마치 화산 폭발처럼 지속적으로 분출시켜 온 것이 20세기 인문학 담론들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도정일 <경희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