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백화점 낀 '상품권 삼각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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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주부 강명자 (35.서울 홍제동) 씨는 지난주 옷을 사러 신세계 백화점에 들르기전 명동으로 먼저 가는 독특한 쇼핑을 했다. 강씨는 명동에 물건을 사러 간게 아니라 상품권을 싸게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10만원짜리 선불 (PP) 카드를 명동서 9만3천원에 산후 이를 가지고 걸어서 신세계백화점으로 가 쇼핑하면 7천원을 고스란히 버는 거나 마찬가지" 라고 비법 (秘法) 을 공개했다.

롯데백화점 쇼핑때도 마찬가지. 사채시장으로 유명한 명동을 축으로 롯데백화점과 신세계가 이를 둘러 싸고 있기 때문에 생긴 독특한 진풍경이다.

명동이 '상품권 삼각지대' 로 불려지고 있다. 명동과 롯데.신세계를 잇는 상품권의 암거래 규모가 전국에서 가장 크기 때문이다.

업계서는 연간 3백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 명동은 사채시장의 대명사로 현재 2백~3백곳이 성업중이다. 이들 가운데 시쳇말로 '잔챙이 사체업자' 들은 백화점.구두 등 각종 상품권을 취급한다. 주로 명동 길거리의 구두닦이 간이점포 등에 이를 공급한다.

따라서 명동은 기업의 비자금 조성에서부터 개인의 급전조달, 백화점.구두상품권의 불법유통 진원지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이곳 사채업자인 박모 (42) 씨는 "당초에는 구두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상품권을 7%정도 할인해서 산후 이를 가지고 인근 점포에서 싼 값에 물건을 샀다" 며 "바겐세일 기간중에는 멀리 경기도 지역에서 까지 이곳으로 와서 상품권을 10여장씩 사가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명동 인근의 금융 회사 일부 직원들은 TV 등 대형 가전제품을 살 때는 반드시 상품권을 할인해서 구입해 갈 정도"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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