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야간집회’ 재판 계속 진행 ? 중단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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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헌법재판소가 24일 집시법의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원엔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조항이 올해 상반기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관여’ 논란과 전국 판사회의 소집까지 이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박재영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판사가 이 조항에 대해 위헌 제청을 한 뒤 일부 판사가 관련 사건 재판을 중단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당시 신영철 서울중앙지법원장이 e-메일 등을 통해 현행 법대로 재판을 진행할 것을 여러 차례 주문했다. 신 원장이 올 2월 대법관에 취임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대법원이 진상 조사를 벌였다. 신 대법관이 대법원장의 엄중 경고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법원별로 판사회의가 열리는 등 반발이 계속됐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법원 내부에서는 논란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한 판사는 “아직 법관들 사이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지만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다시 지적되면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과 맞물려 판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대법원 관계자는 “이미 매듭지어진 문제인데 또다시 분란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재판 진행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만약 국회에서 옥외집회가 금지되는 시간대를 다시 정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한다면 현재 기소된 사람들의 유무죄가 법 개정 방향에 따라 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국회가 야간집회 금지 시간을 ‘오후 10시 이후’로 정할 경우 오후 9시에 집회를 열어 기소된 사람은 무죄가 되고 오후 11시 집회를 연 사람은 유죄를 선고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집시법을 개정할 때까지 재판을 중단해야 할지, 아니면 현행 법에 따라 재판을 계속 진행해야 할지에 관한 판단이 재판부마다 다를 수 있다.

현재 야간 옥외집회 금지 규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전국에 913건이고 이 규정을 위반한 것만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사건은 35건에 이른다. 가장 많은 사건이 몰린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175명의 촛불집회 관련자 사건이 계류 중이나 이 가운데 몇 건의 재판이 중단된 상태인지는 집계되지 않았다. 일부 판사는 야간집회 금지와 형법상 일방교통방해죄가 동시에 적용되는 집회·시위사건의 경우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위헌 제청사건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재판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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